영광의 류현진·손흥민, 황당한 호날두 노쇼·평양 깜깜이

입력 2019-12-30 13:00 수정 2019-12-30 13:04
왼쪽부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 손흥민, 미국 메이저리거 류현진, 여자골프 세계 랭킹 1위 고진영. AP뉴시스

함성과 탄식, 환호와 눈물, 오직 스포츠만 연출할 수 있는 ‘각본 없는 드라마’는 2019년에도 계속됐다. 특히 올해는 해외파의 승승장구가 어느 때보다 두드러졌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전체 1위의 평균자책점(2.32)을 기록했고 손흥민은 차범근의 한국 선수 사상 유럽 최다 득점을 경신했으며 고진영은 여자골프 세계 랭킹 1위에서 올해를 완주했다. 한국 축구는 사상 첫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준우승의 대업을 이룬 동시에 ‘호날두 노쇼’와 ‘깜깜이 평양 원정’으로 곤욕을 치렀다.

류현진(오른쪽)이 지난 28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로저스 센터에서 토론토 블루제이스 입단식을 마치고 자신의 등번호 99번을 새긴 어린이용 유니폼을 아내 배지현 아나운서의 몸에 대며 웃음을 짓고 있다. AP뉴시스

① 빅리그 평균자책점 1위 류현진, 거액 받고 토론토 이적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2)은 역사에 남을 한해를 보냈다. 류현진은 올 시즌 LA 다저스에서 14승(5패)에 메이저리그 전체 1위인 평균자책점 2.32를 기록하며 올스타전 내셔널리그 선발투수로 선정됐다. 그의 주가는 시즌 후에도 이어졌다. 자유계약선수(FA)가 된 류현진은 4년간 8000만 달러(약 930억원)라는 좋은 조건에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이적했다. 2020시즌 류현진은 명실상부한 팀 에이스로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의 강타선을 맞을 예정이다.

토트넘 홋스퍼 공격수 손흥민이 지난 8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번리를 5대 0으로 격파한 2019-202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70m를 드리블로 돌파한 뒤 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AP뉴시스

② 월드클래스 손흥민의 영광과 아쉬움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에게 2019년은 영광과 시련이 동시에 찾아온 해였다. 차범근의 한국 선수 유럽 리그 최다 득점(121골)을 넘어섰다. 이 과정에서 70m 단독 드리블에 이은 ‘원더골’로 세계적인 찬사도 받았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올해의 국제선수상과 대한축구협회(KFA) 올해의 선수상도 휩쓸었다. 하지만 페어플레이 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올해에만 3차례 퇴장을 당하며 올해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많이 퇴장당한 선수가 됐다.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선수단이 지난 6월 12일 폴란드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4강전에서 에콰도르를 꺾고 결승 진출에 성공한 뒤 밝게 웃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③ FIFA U-20 월드컵 준우승

정정용 감독이 이끈 한국 20세 이하(U-20) 남자축구 대표팀은 6월 폴란드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준우승의 쾌거를 이뤘다. 남자축구 역사상 FIFA 주관대회에서 올린 최고 성적이었다. 막내 이강인(발렌시아)은 2골 4도움의 빛나는 활약으로 FIFA 골든볼을 수상했다. 18세 나이로 이 대회 골든볼을 수상한 것은 리오넬 메시(2005년) 이후 최초다. 과감한 용병술과 맞춤형 전략을 구사한 정 감독의 리더십도 주목 받았다.

유벤투스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지난 7월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 그라운드 앞 벤치에서 후보용 조끼를 입고 앉아 있다. 호날두는 출전하지 않았다. 윤성호 기자

④ 호날두 노쇼 사태

7월 26일 팀 K리그와 이탈리아 세리에A 유벤투스의 친선경기엔 6만5000여 명의 구름관중이 몰렸다. 세계 최고의 슈퍼스타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호날두는 컨디션 난조를 이유로 1분도 그라운드에 나서지 않았다. ‘노쇼’의 후폭풍은 컸다. 팬들은 손해배상 집단소송을 제기했고 경찰은 주최사 더페스타를 압수수색했다. 한국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호날두는 호날두와 강도의 합성어인 ‘날강두’로 불리며 팬심을 모두 잃었다.

고진영이 지난 8월 26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로라의 마그나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캐나다 퍼시픽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⑤ LPGA 고진영 시대 활짝

한국의 ‘홀수 해 마법’은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도 변함없었다. 한국 선수는 15승을 합작해 2015·2017년에 이어 최다승 타이기록을 달성했다. 그 중심에 세계 랭킹 1위 고진영이 있었다. 고진영은 메이저 2승을 포함한 다승왕(4승), 상금왕, 평균타수왕에 올해의 선수까지 LPGA 주요 부문 타이틀을 석권했다. 고진영·박성현·이정은이 한때 랭킹 1~3위를 점령했다. 한 국가의 랭킹 톱3 독식은 투어 사상 처음이었다.

남북 남자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10월 15일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조별리그 H조 3차전을 갖고 있다. 5만석을 수용할 수 있는 이 경기장의 관중석은 채워지지 않았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⑥ 황당한 깜깜이 평양 원정

스포츠에서 냉각된 남북관계의 삭풍을 가장 먼저 맞은 곳은 축구장이었다. 남북 축구대표팀은 지난 10월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조별리그 H조 3차전을 초유의 무관중·무중계 속에서 진행했다. 한국에서 월드컵 예선이 생중계되지 않기는 34년 만의 일이다. 북한의 상식 밖 행위는 이뿐이 아니었다. 선수단은 평양에 머문 동안 훈련 외에는 숙소인 고려호텔에 사실상 감금됐고 대표팀이 갖고간 식단도 몰수됐다.

대구FC 팬들이 지난 3월 9일 제주 유나이티드와 가진 2019 K리그1 2라운드에서 개장한 홈구장 DGB대구은행파크 관중석을 가득 채우고 있다. 대구는 올해 평균 관중 수 1만734명을 기록해 지난해보다 3배가량 늘었다. 뉴시스

⑦ 중흥 맞은 K리그

프로축구 K리그는 올 시즌 총 237만6924명의 유료관중이 찾아 지난 시즌(157만628명)보다 51.3%나 증가했다. 전용구장을 신축하고 화끈한 축구를 선보인 대구 FC는 관중수가 305.1%나 급증했다. K리그 총 관중이 230만명을 돌파한 건 승강제가 도입된 2013년 이후 처음이다.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의 치열한 우승다툼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경쟁, 피 말리는 강등싸움까지 다양한 볼거리가 ‘K리그의 중흥’을 이끌었다.

롯데 자이언츠와 키움 히어로즈가 대결한 지난 9월 29일 부산 사직구장 관중석이 썰렁하다. 주말임에도 홈팀 롯데의 1루 관중석마저 대부분 비어 있다. 연합뉴스

⑧ 프로야구 관중 800만 붕괴

국내 프로야구는 올 시즌 지난해 대비 약 80만명이 하락한 728만6008명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2016년(833만9577명) 최초로 800만 관중을 돌파한 지 3년 만에 700만명대로 후퇴했다. 롯데 자이언츠나 KIA 타이거즈 등 인기팀들이 하위권으로 처졌고 실망스러운 경기력 등이 관중의 발길을 돌리게 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내년 가을야구 제도 변경, 자유계약선수(FA) 제도 완화 등 다양한 방안을 통해 야구 인기를 회복할 방법을 찾고 있다.

조재범 전 한국 쇼트트랙대표팀 코치가 지난 1월 23일 경기도 수원지방법원에서 국가대표 심석희를 비롯한 쇼트트랙 선수 4명을 상습 폭행한 혐의로 항소심 공판을 받기 위해 호송차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⑨ 체육계 미투 파문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가 1월 9일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면서 한국체육계는 충격과 안타까움 속에 2019년을 맞았다. 조재범 전 코치는 이미 심석희를 포함 선수 4명을 폭행한 혐의로 법정 구속된 상태였다. 전직 유도선수 신유용도 고등학교 시절부터 유도부 코치에게 상습적인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며 체육계에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움직임이 거세게 일었다. 정부와 체육계는 선수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각종 제도를 마련했다.

타이거 우즈가 지난 4월 15일(한국시간)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우승을 확정한 최종 4라운드 18번 홀에서 포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⑩ 돌아온 황제 타이거 우즈

세계 골프계에 2019년은 ‘황제’ 타이거 우즈의 부활로 기억될 해다. 우즈는 지난 4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우승으로 10년의 겨울잠에서 깨어나 포효했다. 지난 10월 조조 챔피언십에서는 투어 통산 82승을 달성해 샘 스니드의 투어 최다승 타이기록에 도달했다. 우즈가 앞으로 우승할 때마다 PGA 역사를 새로 쓰게 된다. 남은 목표는 잭 니클라우스의 메이저 대회 우승 기록(18승) 경신으로 우즈가 세 번만 더 우승하면 동률을 이룬다.

김철오 이현우 이동환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