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광산구 영구임대아파트 주민 2명 중 1명 이상이 우울증세를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산구가 전국 최초로 생활실태 전수조사를 결과다.
30일 광산구에 따르면 저소득층이 많은 영구임대아파트 주민 3000여 세대를 대상으로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간 생활실태 전수조사를 벌였다.
효율적 복지정책 수립을 위한 전수조사는 전체 영구임대아파트 3384세대 중 각종 사유로 빈집을 제외한 3075세대 생활실태, 주거, 일자리, 보건의료, 정신건강 등 5개 분야 109개 항목에 대해 실시됐다.
광산구는 복지문화국 공무원 146명으로 2명씩 73개 팀을 구성해 방문조사를 했다. 조사에는 입원치료와 장기간 출타 등으로 주거자와 만나지 못한 2263세대가 응답했다.
지자체 복지분야 공무원들이 직접 영구임대아파트 거주민들의 생활실태를 전수조사한 것은 저소득층 주거안정을 위해 영구임대 아파트가 등장한 이후 30여년만에 처음이다.
조사결과 심각한 우울증세를 호소한 응답자가 2명 중 1명이 넘는 51%에 달했다. 이를 ‘우울척도 테스트’로 점수화해보니 전체 평균이 18.7점으로 전국 평균에 비해 3.7배나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주민들에게 극단적 생각을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10명 중 3명이 ‘그렇다’고 답변했다. 주목할 점은 그 중에서도 절반 이상이 구체적 계획을 세웠거나 실제 시도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것이다.
광산구는 소득수준이 비슷한 가구에 비해 10배나 높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응급상황 때 연락해 도움을 청할 사람이 전혀 없다고 응답한 입주민도 72%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주거민들의 노후현상도 뚜렷했다. 영구임대아파트 거주민 중 65세 이상 노인은 33%, 41세~64세 중장년층은 44%를 차지했다.
학력 별로 중졸 이하 저학력자는 64%, 국가지원금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세대는 66%로 조사됐다. 응답자 중 67%는 월 평균 소득이 70만원 이하에 불과했다.
주거민 절반 이상은 소득이 향상될 경우 영구임대아파트가 아닌 다른 곳으로 이주하고 싶다고 답했다.
광산구는 전수조사 결과를 토대로 중앙정부에 영구임대아파트 거주민들에 대한 복지정책 개선을 제안할 방침이다.
광산구 이계두 복지건강국장은 “가족 등과 단절돼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영구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의 정신건강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웃과의 관계형성을 위한 아파트 커뮤니티 기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맞춤형 복지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