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교도소, 강제노역 거부하면 못 자게하고 물고문”

입력 2019-12-30 00:18
중국 재소자의 강제 노역을 폭로하는 내용이 적힌 카드를 발견한 영국 6세 소녀 플로렌스 위디콤. 손에는 산타 모자를 쓴 고양이가 그려진 카드를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크리스마스 카드 제작 강제노역 의혹을 받고 있는 중국 상하이의 교도소가 이를 거부하는 외국인 수감자들에게 고문을 가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출소한 재소자 6명은 강제노역에 동원됐던 상황과 이를 거부했을 때 어떤 처벌이 가해졌는지를 폭로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 일요판 옵서버는 29일(현지시간) 상하이(上海) 칭푸(靑浦) 교도소에서 최근 2년 이내에 출소한 전 재소자 6명의 증언을 토대로 강제노역 실태를 보도했다. 앞서 영국 최대 유통업체인 테스코가 시중에 판매한 카드에서 ‘중국 내 외국인 수감자들이 강제 노역에 동원되고 있다’며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는 메모가 발견되면서 칭푸 교도소의 실체가 공개됐다.

영국 런던에 사는 6세 소녀 플로렌스 위디콤은 최근 테스코의 크리스마스 카드에서 “우리는 상하이 칭푸 교도소에 수감된 외국인 죄수들이다. 우리는 개인 의사에 반해 노동을 강요당하고 있다. 제발 인권단체에 알려 우리를 도와달라”는 메모를 발견했다. 고양이가 산타 모자를 쓰고 있는 모양의 카드 안쪽에 적힌 메모에는 ‘누구든지 메모를 발견하면 피터 험프리에게 연락해달라’는 요청이 담겨있었다.

험프리는 칭푸 교도소에서 23개월을 수감했던 더타임스의 전직 기자로 기업 사기사건을 취재한 혐의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1994년 세워진 칭푸 교도소는 200여명의 외국인 재소자를 수감하고 있다.

메모를 처음 발견했을 때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웃었던 플로렌스의 아버지 벤 위디콤은 추후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돌이켜보면 우리는 그 메모가 매우 심각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고 말했다.

위디콤 부녀의 메모 발견을 계기로 칭푸 교도소의 강제노역이 사실인지 여부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강제노동이 근본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며 “조작된 촌극”이라고 논란을 일축했다. 해당 교도소의 리창(李强) 소장 역시 “외국인 재소자에게 인도적 대우를 하고 있으며 강제노역이 아니라 자발적 재교육이 이뤄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상하이 칭푸 교도소의 리창(李强) 소장. 연합뉴스=CCTV 캡처

이와 달리 칭푸 교도소에서 출소한 재소자들은 입을 모아 강제노역을 당했고, 이를 거부하면 잔혹한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레오(가명)라는 이름의 칭푸 교도소 전 재소자는 올해 초 출소했다. 그는 자신이 언론에 보도된 크리스마스 카드 메모를 쓴 재소자 중 한 명이라고 밝혔다.

레오는 자신이 3년 이상 강제노역에 동원됐다고 말하며, 이를 거부할 경우 집에 전화를 하거나 음식 및 옷을 사는 것이 금지됐다고 설명했다. 물고문 등이 가해지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을 안 하면 당신은 적이 되고 (교도관들의) 타깃이 된다”며 “그들은 당신으로부터 많은 것을 빼앗아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에 응한 6명 중 4명은 하루에 5∼6시간씩, 때로는 주 7일을 일해야 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한 대가는 한 달에 3.2파운드(약 5000원)에 불과했다. 이들 중 2명은 강제노역을 거부했더니 잠을 못 자게하고 나무판자에 묶인 채 물고문을 당했다고 말했다. 또 창문 하나 없는 독방에 가두거나 강제로 중국 체제를 선전하는 방송을 계속해서 들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칭푸 교도소에서 2년 이상 수감생활을 했던 피터 음바나소(42)는 2017년 7월 예배 및 성경 공부 모임을 조직했다가 교도관들에게 최루가스 공격을 받았다. 이후 40도가 넘는 기온에 독방에 갇혔고, 나무판자에 24시간 동안 묶여서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모든 것들이 당신을 파괴한다. 여기서 일어났던 일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고 전했다.

브라질 비즈니스맨으로 칭푸 교도소에 5년 간 수감됐던 페드로 고도이(45)는 부당대우에 항의하기 위해 단식을 시도했다. 그러나 교도소 측은 그를 12일 동안 나무판자에 묶었고, 의사를 통해 강제로 음식을 먹였다. 그는 자신이 (교도관 지시를 받은) 중국인 재소자에 의해 세 차례나 물고문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레오는 “나는 교도소 수감자들이 인간답게 대우받기를 희망한다. 누군가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서 이것이 그들 인생의 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