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생각하면 눈물 나…” 원종건, ‘소년 심청’에서 ‘민주당 인재’로

입력 2019-12-29 18:21 수정 2019-12-29 18:24
MBC '느낌표-눈을떠요' 방송캡처,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29일 두 번째 영입 인사 주인공을 발표했다. 이베이코리아 기업홍보팀에 재직 중인 원종건(26)씨다. 원씨의 이름이 공개되자마자 일부 네티즌들은 그의 등장을 반가워하며 14년 전 한 예능 방송을 언급했다.

원씨는 1993년 경기도 안산에서 태어났다. 시청각중복장애인인 어머니 박진숙(57)씨는 폐지와 빈 병을 주워다 팔며 원씨를 길렀다. 두 사람의 사연이 전국적으로 알려져 감동을 안긴 건 2005년이었다. 당시 인기 예능프로그램이었던 MBC ‘느낌표-눈을 떠요’에 다섯 번째 주인공으로 출연하면서다.

원씨와 어머니 박진숙씨. MBC '느낌표-눈을떠요' 방송캡처

불편한 몸으로 살아온 어머니를 돕느라 일찍 철이든 어린 원씨의 모습이 전파를 탔고,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안겼다. 당시 박씨는 “아들이 학교에 갔다 오면서 신발 가방에 가득 빈 병을 주워 담아온다”며 “엄마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더라도 내 손을 꼭 잡고 ‘우리 엄마다’라고 하는 기특한 아들”이라고 했다.

인터뷰 내내 연신 눈물을 쏟아내던 원씨는 “엄마가 오히려 자랑스럽다”며 “저를 낳아주신 생각을 할 때마다 눈물이 난다”고 했다. 또 “집에 늦게 들어와야 할 때, 친구들은 전화를 하면 되지만 저는 그럴 수 없다”며 “그럴 때 엄마가 걱정하시니까 마음이 아프다”라고 말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원씨는 씩씩하게 자랐다. 집안 여기저기 희망을 주는 문구를 써 붙여두고 열심히 공부했다. 그러나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충분한 돈을 모으지 못해 포기를 고민하는 모습은 사람들을 울렸다.

MBC '느낌표-눈을떠요' 방송캡처

이 방송에서 박씨는 각막기증을 통해 눈을 떴다. 수술을 마친 어머니의 손을 잡은 원씨가 “엄마, 눈을 떠요. 보여요?”라고 외치는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됐다. 방송이 끝난 뒤에도 원씨에게는 ‘소년 심청이’라는 별명과 함께 칭찬이 쏟아졌다.

훌륭히 자라 청년이 된 원씨는 2017년 경희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했다. 소외계층을 위한 봉사도 이어갔다. 이베이코리아에 입사해서는 사회공헌팀에서 근무했다.

또 ‘벙어리장갑 호칭 개선 캠페인’을 벌여 ‘엄지장갑’이라는 말이 쓰이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청각장애인과 수어 통역사를 연결하는 앱을 기획하고 만들어낸 적도 있다. 이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2015년과 2016년에는 각각 삼성행복대상 청소년상, 서울시 청년상·대한민국 인재상을 수상했다.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2호'인 원종건 씨가 29일 국회에서 이해찬 대표, 윤호중 사무총장 등과 함께 하트를 만들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씨는 이날 정치 입문 포부를 밝히며 “특별히 가진 것도, 내세울 것도 없지만 사회로부터 받은 관심과 사랑을 돌려드리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 없다고 하는데, 반대로 정치가 청년들에게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며 “청년들과 함께 아파하는 공감 정치를 통해서 세심한 관심과 사랑으로 세대교체를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