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김정은·김정일 생일에 北액션 가능성”
CNN “트럼프 행정부, 무력과시옵션 승인”
북한이 지난 28일부터 진행한 노동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전략적 지위를 강화하고 투쟁 노선을 정하는 방안이 논의됐다는 점이다. 전략적 지위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따라붙었던 말이다. 투쟁 노선 언급은 대북 제재 속에서 무력 도발을 일으켜 협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사 도발을 거듭했던 2017년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북한의 도발 시나리오는 핵무력 고도화 등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되는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통해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김 위원장의 인민군 최고사령관 추대일인 12월 30일에 맞춰 전원회의 결과를 발표하며 강도 높은 대미 메시지를 날리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군 소식통은 29일 “북한이 도발에 임박한 징후는 현재까지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김 위원장의 생일인 1월 8일 또는 그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 2월 16일에 즈음해 북한이 액션을 취할 가능성이 미 국방부에서 제기됐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당초 미 국방 당국자들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12월 초에 우려했지만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이보다 덜 위협적인 도발 가능성에 비중을 두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미 국방부에서는 단거리 미사일이나 엔진 시험, 해군 훈련, 불같은(fiery) 연설 가능성이 거론됐다고 한다.
또 “일부 한국 당국자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까지는 북한의 주요 무기 시험이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고 WSJ는 보도했다. 한국 측 판단을 보고 받은 한 인사는 “(2월 16일) 무렵까지 북한은 미국의 협상 태도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기다릴 것”이라며 “상황 변화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이나 잠수함 기반 미사일을 시험발사할 수 있다”고 WSJ에 말했다.
미국은 북한이 ICBM 발사 등 고강도 도발에 나설 경우 군사옵션을 실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군 당국은 이미 단계적 군사 옵션을 마련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 CNN 방송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북한이 도발적인 미사일 시험발사 등을 할 경우 신속히 실시될 수 있는 일련의 무력과시 옵션들(show-of-force options)을 미 행정부가 사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무력과시’라는 표현에 비춰 제한적 대북 선제타격 개념인 이른바 ‘코피(Bloody Nose) 작전’이 전격 실시될 가능성은 떨어진다. 그 대신 미국은 전략폭격기 B-2나 핵추진 항공모함 등을 한반도에 전개시키거나 대규모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재개하는 카드를 꺼낼 수 있다.
일본 오키나와에 있는 가데나 주일 미 공군기지 페이스북에는 북한의 ICBM 발사에 대응하는 상황을 가정해 대응하는 장면이 포함된 1분 가량의 홍보 영상이 지난 26일 게시됐다. 이 영상은 미 국방부가 운영하는 국방영상정보배포시스템(DVIDS)을 통해 지난 2일 공개된 것이다. 북한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언급하며 대미 압박 수위를 높이기 이전에 제작된 영상이지만, 미국의 대북 경고 메시지를 담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다.
앞서 핵 전력을 운용하는 미군 전략사령부는 지난 22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트라이던트 2’ 발사와 전략폭격기 B-52, B-2의 비행 장면 등을 담은 영상을 트위터에 올린 바 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