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들이 2020년 프로축구 K리그에 감독으로 첫 선을 보인다. 월드컵에서 대표팀 중원을 책임진 ‘진공청소기’ 김남일(42) 감독이 K리그1 성남 FC에서, 정확한 크로스와 돌파로 측면 공격을 이끌었던 설기현(40) 감독은 K리그2 경남 FC에서 K리그 감독으로 새 출발한다.
성남은 K리그2 제주 유나이티드로 옮긴 남기일 감독의 후임으로 23일 김 감독 선임을 공식 발표했다. 김 감독은 26일 기자회견에서 “과감하고 용감한 공격축구가 필요하다. 목표는 상위 스플릿 진출”이라며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김 감독은 선수 시절 터프한 수비로 중원을 장악해 진공청소기란 별명으로 불렸다. K리그(전남·수원·인천·전북) 뿐 아니라 네덜란드(페예노르트·엑셀시오르), 러시아(톰 톰스크), 일본(빗셀 고베·교토 상가) 등 다양한 리그에서 활약했다. 태극마크를 달고선 3차례 월드컵(2002·2006·2010)에 출전하는 등 98경기를 소화했다.
코치 경험도 폭 넓게 쌓았다. 2016년 현역에서 은퇴한 김 감독은 장수 쑤닝(중국)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2018 러시아월드컵 코치와 전남 코치를 역임했다. 젊은 선수들이 많은 성남이기에 김 감독의 카리스마와 경험이 긍정적인 영향을 줄 거라는 분석이 많다.
그런 김 감독이 중시하는 건 ‘소통의 리더십’이다. 2017년 7월 대표팀 코치로 선임 당시 “마음 같아서는 ‘빠따’라도 들고 싶다”고 카리스마 넘치는 발언을 했던 김 감독은 “철 없을 때 한 발언은 잊어 달라. 빠따가 아니라 버터가 되겠다”고 밝혔다. 그런 김 감독의 롤 모델은 거스 히딩크 감독이다.
경남은 26일 강등 책임을 지고 사퇴한 김종부 감독의 후임으로 설 감독을 선임했다. 설 감독은 2000년 벨기에 앤트워프에서 데뷔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울버햄튼·레딩·풀럼)와 사우디아라비아 리그를 경험했다. A매치에선 82경기 19골을 넣었다. 2002월드컵 이탈리아전에선 후반 극적 동점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설 감독은 대학 감독직 경험도 있다. 2015년 성균관대에 부임해 이듬해 대한축구협회(FA)컵 16강을 이끌었다. 2017년엔 대표팀 코치도 경험했고, 지난해 7월부턴 성남 전력강화실장으로 일했다. 설 감독은 27일 기자회견에서 “유럽리그에서 느낀 것들을 직접 시도해 변화를 줄 것”이라며 “1부 승격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두 감독의 합류로 K리그에서 2002 월드컵 출신 감독들의 뜨거운 지략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김 감독은 K리그1에서 최용수(서울), 유상철 감독(인천)과 자웅을 겨루게 됐다. 설 감독은 내년 1월 4일 창단식에서 대전 시티즌에 정식 선임될 것으로 보이는 황선홍 감독과 K리그2 무대에서 치를 승격 대결이 관심을 모은다.
2002 월드컵 멤버인 이천수 인천 전력강화실장은 2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월드컵을 함께 했던 형들이 K리그 무대로 와 기분이 좋고 기대가 된다”며 “젊은 지도자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자신들만의 해외 경험과 색깔을 살려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준다면 후배들에게 기회의 창이 더 열릴 수 있다. 준비를 많이 해온 형들이기에 상대팀이지만 응원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스타 선수 출신 감독들은 자연스레 선수 시절 경험한 것을 활용해 리빌딩을 하게 된다”며 “설 감독은 성균관대 시절처럼 섬세하고 공격적인 축구를 펼칠 것으로 기대되고, 김 감독이 처음으로 자신의 색깔을 낼 성남은 안정적인 수비력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