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 한국 총선까지… 정치 이벤트가 ‘경자년 증시’ 판도 가른다

입력 2019-12-29 16:12 수정 2019-12-29 21:30

2020년 경자년(庚子年) 새해엔 ‘글로벌 빅(Big) 이벤트’가 줄줄이 펼쳐진다. 연초부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국내 총선, 일본 도쿄 올림픽 등 다양한 이슈가 증시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증시 판세를 좌우할 관건으로 꼽히는 건 ‘정치 이벤트’다. 국내 주식시장은 오는 4월 총선을 전후해 상반기에는 상승 흐름을 보이다가, 하반기 들어 미국 대선 판도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의 제기 가능성에 주가가 흔들리는 ‘상고하저’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높다. 금융시장에선 “올해보다 더 높은 변동성 장세가 펼쳐질 것”이란 말이 나온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많은 전문가들이 내년 주식시장의 최대 변수로 ‘미국 대선’을 꼽고 있다. 당장 내년 2월 11일부터 미국 뉴햄프셔에서 첫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실시된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 이른바 ‘빅3’를 중심으로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이 오는 6월까지 펼쳐질 전망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누가 되느냐에 촉각이 곤두서있다. 민주당 경선 주자들은 공통적으로 ‘부유세 부과’ ‘법인세 인상’ ‘IT 반독점 규제 강화’ 등의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시장·기업’ 정책과는 상반된 기조다.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2020년 시황전망 해설’ 보고서에서 “주식 투자자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내용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에도 ‘증시 견인’ 정책에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많다. 지난 26일(현지 시간) 9000선을 돌파한 나스닥 지수 등 미국 증시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지지율을 높이는 원동력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8월부터 ‘볼커 룰’ 등 금융 규제에 나섰다. 이로 인해 상반기까지 상승폭이 적었던 JP모건 등 미국 금융주의 주가는 하반기 들어 30% 이상 껑충 뛰었다. 하 연구원은 “금융 규제 완화 등은 내년 대선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이라며 “미국 증시는 내년에도 상승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는 4월 15일 한국에서 열리는 21대 국회의원 선거는 소비 심리 확대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총선을 앞두고 경기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부양책이 집중되는 데다, 내년부터 수출이 본격 반등에 접어들 경우 증시에도 훈풍이 불 것이란 분석이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과거 4차례 총선 전 6개월간 소비 심리가 자체가 좋았던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소비 심리가 개선됐다”며 “총선이 다가올수록 소비 심리가 완만히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글로벌 유동성 장세를 이끌었던 ‘통화 확대’ 추세는 내년에 잠시 쉬어갈 거란 예상이 나온다.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 합의에 도달하면서 투자 심리·실물 지표 개선 등이 실제로 나타날 때까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선진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조절 여부를 관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승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전반적인 통화완화 스탠스는 내년에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정책 여력과 각국 상황에 따라 추가 인하에 나서는 국가들과 현 금리 기조를 유지하는 국가들이 나뉘게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