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처리를 하루 앞둔 29일 대립각을 세웠다. 공수처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가 이날 0시를 기해 종료되면서 민주당은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공조를 통해 30일 새 임시국회 본회의를 열고 표결에 들어갈 예정이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30일 시작되는 임시국회에서 공수처 신설을 위한 법적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난폭한 극우 정치의 국회 습격에 대응해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국회법이 보장하는 절차를 밟아가며 검찰개혁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 주승용·박주선·김동철 의원 등이 공수처 반대 의사를 밝혀 ‘4+1’ 공조가 불안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발의 과정에서 156인의 의원들이 공동 발의자가 돼 있다. 우회적으로 표현하지만 크게 충돌하지는 않고,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공수처법을 시작으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등 3건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검찰개혁법을 모두 처리해가겠다는 계획이다.
30일 시작되는 임시국회에서 공수처법을 처리하고 검찰청법을 상정한 뒤, 31일 회기를 종료해 필리버스터를 끝내고 다음 달 6일 다시 임시국회를 열어 검찰청법 개정안 표결에 들어갈 예정이다.
같은 방식으로 형사소송법 개정안까지 처리해 다음 달 10일 이전에는 선거법·검찰개혁법 패스트트랙을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맞서 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당과 추종세력은 내일 의회 민주주의를 짓밟는 또 한 번의 폭거를 자행할 예정”이라며 “권력의 하수인, 양심불량 문 의장은 예산안과 위헌 선거법에 이어 악법 중 악법인 공수처법안을 불법 날치기하는 데 앞장설 것으로 보인다”고 비난했다.
심 원내대표는 “한국당은 수적으로 열세지만 탄생해서는 안 될 공수처를 막기 위해 모든 힘을 쏟아붓겠다”며 “‘4+1’의 틀 안에 갇혀있는 분들 가운데 이 악법만은 안 된다는 분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안다. 그분들이 양심에 따라 용기 있게 행동해주시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심 원내대표는 또 본회의를 통과한 패스트트랙 선거법에 대해 곧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는 헌법 소원을 내겠다고 밝혔다.
‘4+1’에 참여하지 않은 바른미래당 비당권파는 현재 상정된 공수처법에 대해 반대하면서 새로운 수정안을 제시했다.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은 공수처에는 수사권을, 검찰에는 기소권을 부여해 검찰이 공수처 수사 권한을 견제할 수 있도록 하고, 기소심의위원회도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한 공수처법 수정안을 발의했다.
바른미래당 당권파 의원 일부 등 4+1 내부의 이탈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민주당은 경계감을 보이면서도 의결 정족수(148인)를 넘기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며 자신감을 보이는 모습이다. 선거법 통과를 저지하지 못한 한국당은 공수처법만큼은 밀릴 수 없다는 각오다. 문희상 국회의장에 대한 사퇴결의안을 제출하고 ‘4+1’ 내부의 이탈표를 기대하며 여론전에 나섰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