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배출된 물(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의 양은 한국 원전 배출수에 포함된 것의 100분의 1 이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에 대한 한국 정부의 우려가 이어지자 ‘과학적 논의’를 하자며 반박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제시한 자료는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오염수와 다른 배출수로 추정돼 적절한 비교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28일 한·일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아베 총리가 지난 24일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당시 이같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100분의 1’이라 언급하며 제시한 자료는 일본 정부 전문가 소위원회 자료인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정부는 2016년 후쿠시마 원전 서브 드레인(지하배수장치)의 트리튬(삼중수소) 배출량이 연간 1300억 베크렐인 반면, 한국의 월성 원전이 같은 기간 액체 상태로 방출한 트리튬은 약 130배인 17조 베크렐가량이라고 설명했다.
서브 드레인은 후쿠시마 제1원전의 원자로 건물에 흘러 들어가는 지하수를 줄이기 위해 건물 인근에 설치된 우물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의 경우 원자로 건물로 들어오는 지하수를 줄이기 위해 서브드레인에서 지하수를 퍼 올려 정화 탱크에서 정화한 뒤 기준치보다 낮을 경우 해양에 방출한다.
산케이는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 해역 및 해양의 상황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방사성 물질 농도가 상승하지 않았으며 세계보건기구(WHO)의 음료수 가이드라인의 범위 내에 있다”고 평가한 사실도 덧붙였다. 한·일 소식통은 아베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IAEA의 평가를 설명하며 과학적으로 냉정한 논의할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자료를 제시하며 언급했다는 배출수와 한국 정부나 국제환경단체 등이 문제를 제기하는 오염수는 다른 것으로 보여 적절한 비교가 아니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한국 정부가 우려하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폭발사고가 난 후쿠시마 제1원전 원자로의 용융된 핵연료를 냉각할 때 발생하는 고농도 방사능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정화처리한 물이다. 이 물은 트리튬(삼중수소)을 제외한 방사성 물질(62종)의 대부분을 제거한 상태로 일본 정부는 이 물을 처리수로 부른다. 여전히 인체에 치명적인 세슘-137, 스트론튬 등 일부 방사성 물질을 함유해 우려를 낳고 있다. 반면 아베 총리가 언급한 것으로 보이는 배출수는 치명적인 오염원(원자로 내 핵연료)에 닿기 전의 지하수를 언급한 것으로 추정된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해 지난 25일 양국 정상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가 논의한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이 문제의 중대성에 비해 일본의 정보공유나 투명한 처리가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일본 정부와 관련된 사람들로부터 논란이 될 만한 발언도 나온다”며 문제제기 했고, 아베 총리는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할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