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p me” 입모양 보고 시간끈 맥도날드…납치여성 살았다

입력 2019-12-29 11:36 수정 2019-12-29 11:40
빠른 대처로 협박당하던 여성을 구하는 데 일조한 미 캘리포니아 로다이 맥도날드 매장의 직원과 샌와킨카운티 보안관들. San Joaquin County Sheriff's Office 페이스북 캡처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직원들이 남성 파트너로부터 학대와 협박을 당한 여성을 도운 사연이 알려졌다.

지난 27일(현지시간) CNN, 폭스뉴스 등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샌와킨 카운티 보안관 사무실은 “맥도날드는 학대받고 납치됐던 피해자에게 안전한 장소를 제공해 그를 구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밝혔다.

24일 오후 2시쯤 캘리포니아 소도시 로다이의 맥도날드 매장을 찾은 한 여성은 카운터 직원들에게 다급하게 “911(응급전화)에 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자신이 타고 온 차량 번호를 알려주며 자신을 숨겨달라는 부탁을 하기도 했다.

이후 매장 화장실을 다녀온 여성은 다시 카운터로 가서 음식을 주문하려고 했지만 여성과 함께 있던 용의자 에두아르드 발렌수엘라(35)는 그를 저지하며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자동차에 탄 채 주문을 할 수 있는 곳)를 사용하라고 요구했다.

피해자는 차 안에서 주문을 하면서도 직원들에게 입 모양으로 “Help me(도와주세요)”라는 메시지를 계속 보냈다. 이를 알아챈 직원들은 계속 시간을 끌었고 이들의 기지 덕에 경찰은 제때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에두아르드 발렌수엘라(35). San Joaquin County Sheriff's Office 페이스북 캡처

잠시 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발렌수엘라를 체포했다. 조사 결과 발렌수엘라는 그동안 여성을 지속적으로 학대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도 용의자는 총으로 피해자를 위협하며 자신의 집까지 운전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타고 온 차량 트렁크에서는 훔친 총기들이 발견되기도 했다. 경찰은 발렌수엘라를 협박과 절도, 불법 무기 소지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 그는 현재 구치소에 수감돼 있으며 보석금은 36만달러로 책정됐다.

San Joaquin County Sheriff's Office 페이스북 캡처

이날 여성이 무사히 구출될 수 있었던 것은 해당 맥도날드 매장이 ‘안전한 장소(Safe Place)’ 네트워크로 지정돼 모든 직원이 훈련을 받은 덕분이었다. 안전한 장소는 학대나 인신매매 등의 피해자들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미국의 전국적인 피난처로 2만 개가 넘는 패스트푸드 식당과 카페, 학교, 소방서, 도서관 등이 지정돼 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진 뒤 맥도날드는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팀이 자랑스럽다. 적절하게 일을 처리한 우리 팀과 지역사회의 안전을 위해 헌신하는 카운티 보안관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소설희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