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훼손한 창경궁 녹지공원 복원 내후년 완성

입력 2019-12-29 11:15
종묘-창경궁 녹지공원이 복원된 조감도. 기존 종묘-창경궁을 가로지르던 율곡로가 터널 도로로 대체됐고 그 위로 녹지공원과 궁궐담장이 조성됐다. 서울시 제공

일제가 훼손한 종묘-창경궁 녹지공원 복원 사업의 선결과제인 ‘율곡로 터널화 공사’가 마무리됐다. 종묘와 창경궁 사이를 가로지르던 율곡로가 일반 도로에서 터널 도로로 바뀌면서, 터널 위로 녹지공원 원형을 재현할 수 있게 됐다. 원형복원이 완공되는 시점은 단절 90년 만인 2021년으로 가시화됐다.

서울시는 일제가 민족혼 말살 정책에 따라 개통한 종묘-창경궁 사이 율곡로 재편 작업을 마쳤다고 29일 밝혔다. 일제는 1931년 맞닿아 있던 종묘-창경궁 사이에 율곡로를 내 둘을 단절시켰다. 80년 뒤인 2011년 서울시는 율곡로 해당 구간을 터널 도로를 재편하고, 터널 위로 창경궁 녹지 공원을 일제강점기 전의 모습으로 복원하는 사업에 착수했다.

내년 6월 종묘-창경궁 녹지공원과 궁궐담장이 복원돼 산책로로 개방될 예정이다. 산책로는 참나무류와 귀롱나무, 국수나무, 진달래 등 창경궁 및 종묘 수림에 분포돼 있는 고유 수종을 심은 다층구조 전통 숲으로 조성될 방침이다.

궁궐담장은 1931년 발간된 조선고적도, 1907년 제작된 동궐도를 근거로 선형 그대로 되살린다. 복원 공사 중 발굴 조사된 궁궐담장 기초석에 맞게 지반의 높이를 옛 모습대로 맞춘다.

터널 구축 공사가 마무리되면서 도심 교통정체도 일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공사로 창경궁 주변 율곡로 690m 중 320m 구간이 일반 4차선에서 6차선 터널 도로로 재편됐다. 해당 구간은 과거 하루 약 8만여대 차량이 통행한 교통 정체구간이었다. 특히 출퇴근 시간대 차량이 몰리는 병목현상으로 교통 혼잡이 극심했다. 터널의 지붕 역할을 하는 ‘아치형 콘크리트’ 설치가 최근 마무리되면서 오는 30일부터는 도로가 완전개통된다.

한편 서울시는 이번 율곡로 확장 공사 구간에 있는 창덕궁 돈화문 앞 월대‧기단 개선 공사도 함께 진행했다. 그동안 해당 월대·기단은 담장과 넓은 도로폭에 막혀 멋과 품위가 가려져 있었다.

서울시는 도로 선형을 월대 계단에 맞게 낮춰 월대가 더 부각되도록 했다. 월대와 도로 사이의 거리는 당초 3.85m이던 것을 가까운 곳은 9.49m, 먼 곳은 14.59m로 확대했다. 월대 앞 담장은 허물었다.

한제현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율곡로 병목구간이 4차로→6차로로 확장돼 이 일대 상습정체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2021년 6월 일제가 단절한 창경궁~종묘가 원형복원되면 이 일대 역사성과 자연성이 회복되고 시민과 관광객에게 쾌적한 보행환경이 제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종묘-창경궁 녹지공원이 복원된 조감도. 기존 종묘-창경궁을 가로지르던 율곡로가 터널 도로로 대체됐고 그 위로 녹지공원과 궁궐담장이 조성됐다. 서울시 제공

터널 공사가 완료된 창덕궁 앞 교차로. 서울시 제공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