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임동호 “송병기 수첩 악의적… 한병도 피의자 돼 미안”

입력 2019-12-28 16:12 수정 2019-12-28 16:16
임동호(51)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28일 오후 부산 동구 국제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하 연합뉴스

경선 포기 대가로 청와대로부터 고위직을 제안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임동호(51)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일본으로 출국한 지 나흘만인 28일 귀국했다.

임 전 최고위원은 일본 오사카에서 출발해 이날 오후 12시쯤 부산 국제여객터미널에 도착한 여객선을 타고 귀국했다. 그는 지난 24일 검찰이 그의 자택 등을 압수 수색한 날 돌연 출국했었다.

임 전 최고위원은 입국장에서 취재진에게 “검찰 수사를 피할 이유가 없고, 이제까지도 다 응했다”며 도피 의혹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오사카에 작은방을 임차했기 때문에 한 번씩 간다. 10월에도 2번 갔고, 11월에도 2번 갔다”고 말했다.


그는 송병기 울산 부시장 수첩에 대해선 “읽어봤는데 굉장히 악의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송 부시장 수첩에는 임 최고위원 이름과 함께 ‘자리요구’ ‘임동호 제거’ 등 내용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송씨를 만나서 물어보고 싶다. 송병기 수첩대로라면 있을 수 없는 선거 전략이다”며 “왜 그렇게 기록돼 있는지, 어쨌든 경선을 못 하고 배제된 게 사실이니까 생각이 복잡하다”고 말했다.

그는 경선 포기 대가로 고위직을 제안한 의혹을 받는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과 가진 술자리에 대해 “(친구들이) 다들 가는데 너도 가고 싶은 곳이 없냐고 물어서 ‘오사카 총영사를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한 것일 뿐… 친구들이 술자리인데 제 이야기를 귀담아들었겠느냐”며 “자기들은 자리에 갔고 저는 못 가다 보니 미안해서 물어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당시 한 전 수석 등이 답변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저는 바로 최고위원직을 수행해야 했기 때문에 그것(총영사)을 할, 그런 게 못됐다”고 대답했다.


이력서 제출에 대해서는 “각종 포럼이 있다. 노동 포럼도 있고 정책 포럼도 있었다. 저뿐만 아니고 선거에 고생한 사람들, 능력 있는 사람들이 발탁되면서 이력서를 쭉 낸다”며 “그러면 인사를 하는 곳에서 3배수 또는 몇배수 하는 절차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 전 수석이 송철호, 송병기와 같이 피의자가 돼 미안하다. 그냥 친구로서 한 이야기에 불과한데, 개인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며 "그 친구도 배지 달고 그동안 닦은 역량을 발휘해야 하는데 피의자로 전환됐다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근 저서에 ‘정치 브로커’ 등 존재를 언급한 것이 논란이 돼 울산시당에서 제명당한 것에 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제가 누군가를 특정한 것이 아니다. 검찰에 따르면 어쨌든 송병기 수첩에 기록돼있는 대로 그런 분들(브로커)이 활동하고 있는 거 아니냐”며 “(재심하는) 중앙당 윤리 심판원이 잘 고려해서…저는 민주당으로 출마하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은 임 전 최고위원을 청와대의 선거개입 의혹을 규명하는 데 필요한 핵심 참고인으로 보고 있다.

임 전 최고위원은 지난해 2월 울산시장 출마를 선언했으나 송철호 현 시장이 단수 공천을 받았다. 검찰은 한병도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 일본 고베 총영사 자리를 언급하며 경선 포기를 종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한 전 수석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선거법은 경선과 관련해 후보자에게 금품이나 향응, 재산상 이익이나 공사의 직을 제공 또는 의사 표시를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검찰은 한 전 수석의 후보자 매수·이해유도 혐의 수사를 위해 임 전 최고위원에 대한 추가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이익을 제공하겠다는 의사 표시를 승낙한 사람도 처벌하게 돼 있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