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미 초청을 거절했다. 필리핀과 미국 사이 이상기류가 고조되는 양상이다.
필리핀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살바도르 파넬로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27일 “두테르테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방문 요청을 거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두테르테 대통령의 정적인 레일라 데 리마 상원의원이 2017년 2월 마약 밀매 혐의로 체포돼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 것과 관련해 이 사건에 연관된 필리핀 관료의 미국 입국을 거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데 리마 의원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추진하는 마약과의 전쟁을 비롯한 비인권적 정책들을 강력 비판하다 2017년 뇌물 혐의로 기소돼 정치적 보복 논란을 부른 당사자이다.
그러자 두테르테 대통령은 27일 이민국에 이 법안을 발의한 리처드 더빈, 패트릭 레이히 미 상원의원의 입국을 금지하라고 지시했다. 또 미국이 리마 상원의원 사건과 관련한 필리핀 관료의 입국을 금지할 경우 필리핀을 방문하려는 모든 미국 국민에게 방문 목적과 상관없이 비자를 받도록 할 계획이라고 파넬로 대변인이 밝혔다.
파넬로 대변인은 “리마 상원의원은 합법적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것이지, 탄압을 받는 게 아니다”면서 “그들이 우리의 사법 주권을 계속 방해하면 멍하니 앉아있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두테르테 대통령의 방미 초청 거부는 이와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변인은 “두테르테 대통령은 2017년 초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을 받은 뒤 한 번도 미국을 방문할 생각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두테르테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친구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필리핀은 미국민에 대해 30일간의 무비자 방문을 허용하고 있다. 정부 기록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9개월간 필리핀을 방문한 미국인수는 79만2000명으로 전체 외국방문객의 13% 가까이 차지한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