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에 벌어진 ‘남매의 난’…모친 자택에서 소란 피운 조원태 회장

입력 2019-12-28 10:54

한진그룹 ‘남매의 난’이 본격화되고 있는 조짐이다. 조원진 한진그룹 회장이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의 자택을 찾았다가 다툰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조 회장이 25일 성탄절을 맞아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어머니 이 고문의 자택을 찾았다가 언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조 회장이 벽난로 불쏘시개를 휘두르며 집안의 물건을 부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고문의 지인 A씨는 세계일보에 “조 회장이 이명희 고문을 향해 거친 발언들을 퍼붓고 집안의 유리를 박살 냈다”며 “이 고문이 직접 자신의 상처와 깨진 유리 등을 찍어 회사 일부 경영진에게 보내 보호를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세계일보는 이같은 발언과 함께 A씨로부터 받은 사진을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엔 바닥에 유리 등이 깨져 파편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으며 바닥엔 핏방울이 떨어져 있다. 또 다른 사진엔 팔뚝에 상처가 난 모습이 담겼다. 이는 이명희 고문의 팔을 찍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고문은 조 회장에게 “가족들과 잘 협력해 사이좋게 이끌어 나가라는”는 남편의 유훈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현장엔 조현민 한진칼 전무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이 어머니에게 이런 모습을 보인 이유는 경영권 분쟁에서 누나인 조현아(45) 전 부사장의 편을 들었다는 이유 때문으로 알려졌다.

앞서 23일 조 전 부사장은 법무법인 원을 통해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왔고 지금도 가족 간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선제공격했다.

한진 총수 일가는 지난 4월 조양호 회장의 별세 후 계열사 지분을 법정 비율(배우자 1.5대 자녀 1인당 1)대로 나누고 상속을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은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이 각각 6.52%와 6.49%로 두 사람의 지분율 차이는 0.03%포인트다. 막내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지분은 6.47%,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은 5.31%로 ‘캐스팅보드’를 쥔 상태다.

내년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이 달린 만큼 조 회장 입장에서는 우호지분 확보를 위해 가족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조 전 부사장의 선제공격이 어머니인 이 고문과 교감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 측은 “집안에서 소동이 있었던 것은 맞는 것으로 안다”며 “다만 정확한 사실관계는 총수 일가의 개인적인 일이라 확인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