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위기 면한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

입력 2019-12-28 05:24

고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 성분 변경과 상장 사기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우석(62) 코오롱생명과학 대표가 구속 위기를 면했다.

신종열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7일 오전 이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28일 오전 1시쯤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날 신 부장판사는 기각 사유에 대해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신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회사 내 지위와 업무 내용 ▲범죄혐의와 관련한 피의자의 구체적인 지시·관여 여부 ▲위법사항 인식에 관한 소명 정도 ▲다른 핵심 관련자에 대한 수사 진행 경과 ▲피의자 근무 회사와 해외업체의 관련 법적분쟁 진행 경과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강지성 부장검사)는 이 대표에게 위계공무집행방해‧업무방해·사기와 자존시장법·약사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대표는 애초 계획과 달리 연골세포가 아니라 종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진 신장세포가 포함된 사실을 알고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위자료를 제출해 인보사 제조·판매 허가를 얻은 혐의를 받는다.

인보사 개발을 주도한 미국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의 회사 가치를 상장 기준에 맞추기 위해 기술수출 계약금 일부를 회계에 미리 반영해 장부를 조작하고 코스닥에 상장시킨 혐의도 있다.

앞서 식약처는 지난 5월 인보사 품목 허가를 취소하고 코오롱생명과학과 이 대표를 고발했다. 인보사는 2017년 7월 품목허가를 받은 이후 올해 3월 유통·판매가 중지되기까지 3707건 투여됐다. 이 대표는 인보사 허가가 취소된 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세포의 유래를 착오했고, 그 사실을 불찰로 인해 인지하지 못한 채 허가를 신청해 승인받았다”고 해명했었다.

그러나 검찰은 코오롱 측이 주성분을 속여 식약처 허가를 받았으며 이 때문에 인보사 주사를 맞은 환자들에 대한 사기죄가 성립된다고 봤다. 검찰은 보강 수사를 거쳐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할지 결정할 방침이다.

다만 이 대표 구속 여부와 무관하게 인보사 개발과 코오롱티슈진 상장에 핵심적 역할을 한 실무 책임자들을 이미 구속해 재판에 넘긴 상태여서 코오롱 측의 범죄 혐의 입증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앞서 코오롱생명과학 임상개발 담당 이사 조모(46)씨와 경영지원본부장 양모(51)씨, 코오롱티슈진 최고재무책임자(CFO) 권모(50)씨가 구속됐다. 인보사 사태의 최종 책임자로 꼽히는 이웅열(63) 전 코오롱그룹 회장의 형사책임 여부도 곧 가려질 전망이다. 검찰은 지난 6월 수사에 착수하면서 이 전 회장을 출국금지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