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을 참지 못해 10대 아들과 마트에서 식료품을 훔친 이른바 ‘현대판 장발장’ 가장 A씨(34)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27일 SBS ‘궁금한 이야기Y’에서 파헤쳤다.
A씨는 지난 10일 오후 4시쯤 아들 B군(12)과 인천시 중구 소재의 마트에서 1만원어치 식료품을 훔치다 마트 직원에게 적발됐다. 마트 대표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A씨가 눈물을 흘리며 생활고를 호소하자 처벌하지 않기로 했다.
A씨는 택시기사로 일하다 부정맥, 당뇨, 감상선 질환 등 지병이 악화하면서 6개월 전부터 일을 그만두고 생계급여와 주거급여를 받으며 살아왔다. 12세, 6세 아이 둘과 모친을 포함해 네 식구가 임대주택에 거주 중이며 고정 수입은 없다고 한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은 A씨 부자를 식당으로 데려가 국밥을 대접했다. 마트에서 이 사정을 들은 한 시민은 이들 부자에게 현금 20만원이 든 봉투를 건네고 사라지기도 했다. 이 사연이 알려지며 많은 네티즌의 눈시울을 붉혔고, 후원도 쏟아졌다.
그러나 A씨 사연이 지나치게 미화된 것이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지인이라고 주장하는 C씨는 “(A씨가) 병으로 핑계를 만든 것”이라며 자신이 일자리를 소개시켜 주려했지만 A씨가 약속을 어겼고, 건강 상태도 일을 못 할 정도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A씨가 대부분의 시간을 PC방에서 보내고 있다며 “배가 고픈데 소주를 훔쳤다는 것은 말이 안 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전 직장 동료인 택시기사 D씨도 “10만원을 빌려준 적 있는데 도박을 하더라. A씨는 택시기사로 일하는 동안 손님이 두고간 핸드폰을 파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일을 관둔 것도 건강 문제가 아니라 미납금이 많아서”라고 덧붙였다.
A씨 단골 PC방 직원도 “요금을 안 내고 간 적이 많다. 다른 PC방에서도 돈을 안 내고 간적이 많냐는 문의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A씨와 연락을 시도했다. A씨는 앞서 언급된 이들 모두 자신의 지인이 아니라며 “집 근처로 오면 만나서 해명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제작진과 만나기로 한 날 A씨는 연락두절 상태가 됐다.
제작진은 A씨의 집으로 찾아갔지만, A씨 어머니는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취재를 거부했다. 급기야 제작진을 주거침입 혐의로 112에 신고해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제작진은 결국 인근 PC방을 둘러보기로 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게임을 하고 있던 A씨 부자와 마주쳤다. A씨는 피한 이유를 묻는 제작진에게 “"지인들이 안 좋은 쪽으로만 얘기하니까 감당할 수 없어 아무나 만나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또 “택시 사납금을 일부러 떼어먹은 적 없다. 금액이 맞춰지지 않은 것은 내 잘못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손님의 분실물에 욕심이 생겨서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팔았던 것은 맞다. 잘못된 것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어쩌다 아들을 데리고 절도를 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아이가 먹고 싶다고 해서 그런 것”이라며 “기초생활 수급비 월 135만원이 부족한 것은 맞다. 각종 공과금을 제외하면 한달에 66만원이 남는다. 하지만 밥을 굶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A씨는 “그 사건으로 이렇게 유명해질 줄 몰랐다. 후원이 많이 들어와 생활하기 편하지만 제 스스로를 보면 후원 받을 자격이 없는 것 같다”면서 “대학병원 검사 결과에 따라 취업을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