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격렬한 항의 속에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날 한국당 의원들은 의장석에 착석하려는 문희상 국회의장을 몸으로 막아서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오후 2시55분쯤 본회의장에 입장해 의장석과 연단 앞에서 인간 띠를 만들고 농성에 들어갔다. ‘헌법 파괴 연동형 선거법 절대 반대’ ‘독재가 시작됐다’ ‘민주주의는 죽었다’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과 플래카드도 등장했다.
본회의 개의는 애초 오후 3시로 예정돼 있었으나, 한국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점거하며 계속 지연됐다. 문 의장이 오후 4시30분쯤 본회의장에 들어섰을 때는 한국당 의원들과 의장 경호원 10여명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문 의장은 결국 의장석에 오르지 못하고 의석에 앉아 잠시 숨을 골랐다.
문 의장은 ‘질서유지권’을 발동했는 데도 한국당 의원들이 물러나지 않자 오후 5시30분쯤 2차 진입을 시도했다. 의장석 앞 계단에 칸칸이 앉아있는 한국당 의원들 사이로 힘겹게 발걸음을 옮겼다. 한국당 의원 일부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 의장을 몸으로 막아섰다.
아랑곳 하지 않고 계단을 오르던 문 의장은 결국 의장석에 앉는 데 성공했다. 안도한 듯 잠시간 묘한 표정을 지은 문 의장은 한국당 의원들이 고성으로 항의하자 심장을 부여잡았다. 이후 약 5분 간 심장 부근에 손을 올리고 숨을 고르는 등 지친 기색을 드러냈다.
의장석을 에워싼 한국당 의원들은 “선거법을 왜 이렇게 날치기 하냐” “잘못하는 거다” 등 강력히 항의했다. 문 의장은 별다른 대꾸 없이 본회의 개의를 선언했고, 한국당 의원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문 의장은 결국 한국당 의원들을 향해 “그만해. 이제 그만해”라고 말하며 진화에 나섰다. 또, “조용히 해” “입법하자” “질서 유지해 주세요” “단상에서 이제부터 내려가 주세요” 등의 발언을 이어갔다. 한국당 의원들은 문 의장 말대로 단상에서 내려갔지만, 의장석 앞에 모여 항의했다.
한국당 의원들의 이같은 항의 속에 이른바 ‘4+1’(민주당ㆍ바른미래당 통합파ㆍ정의당ㆍ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제출한 선거법 개정안은 재석 167명 가운데 찬성 156명, 반대 10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개정안은 지역구 253석·비례대표 47석 규모인 현재의 국회의원 의석구조를 유지하되 비례대표 의석 중 30석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도(연동률 50%)를 도입하는 내용이다. 연동형 비례대표 30석은 각 당의 지역구 당선자 수와 정당 지지율 등에 따라 배분되며 나머지 17석은 기존대로 정당 득표율에 따라 나뉘게 된다.
법안은 선거 연령을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하향 조정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