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새 팀,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어떤 팀

입력 2019-12-27 18:44 수정 2019-12-30 01:31
사진=AP뉴시스

류현진이 23일(한국시간) 4년간 8000만 달러에 계약을 맺고 둥지를 튼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최근 3년간 메이저리그(MLB)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의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 탬파베이 레이스 등에 밀려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다. 호세 바티스타, 조쉬 도날드슨 등을 내세워 플레이오프에 나섰던 2015~2016년 시절 선수단은 대부분 물갈이 됐다. 2020년의 토론토는 국내 팬들에게 생소한 구단일 수밖에 없다.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AP뉴시스

여전히 팀 최고 스타는 게레로 주니어
올 시즌 개막 전만 해도 토론토 뿐만 아니라 MLB 최고의 유망주로 불리던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20·이하 게레로)는 2019시즌 신인왕 1순위로 꼽혔다. 10대의 어린 나이에 마이너리그를 차례로 폭격한 만큼 성공이 거의 보장된 선수로 보였다. 실제로 4월 27일 게레로는 데뷔전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경기에 선발 출장해 펜스 앞에서 잡히는 큼직한 플라이를 날리며 파워를 입증했다.

다만 게레로의 빅리그 활약은 생각보다 늦어졌다. 게레로의 배트는 MLB 투수들의 공에 연신 허공을 갈랐다. 20세 어린 선수가 MLB 투수들에 공에 곧바로 적응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나 모든 타격 관련 평가에서 최상급이라는 평을 받은 그였기에 실망은 컸다.

실력발휘는 7월 중순부터 시작됐다. 7월 19일까지만 해도 0.238의 타율에 8홈런을 기록 중이던 그는 이후 무서운 타격 상승세를 보이며 한 달여 만인 8월 23일 타율을 0.282까지 끌어올렸다. OPS(출루율+장타율)은 0.704에서 0.833까지 일취월장했다. 게레로는 0.272 15홈런 OPS 0.772로 시즌을 마쳤다.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한 성적이지만 시즌 중반 이후 보여준 모습에 토론토는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보 비셰트(왼쪽)과 캐반 비지오. AP뉴시스

폭발을 기다리는 타자 유망주들
올 시즌 토론토의 성적은 67승 95패로 AL 동부지구 4위에 그쳤다. 팀 득점은 726점으로 리그 23위다. 그런데 전반기 0.710에 불과했던 토론토 팀 OPS는 후반기 0.762로 올랐다. 토론토가 자랑하는 젊은 유망주들이 저마다 제 역할을 하며 팀 타격에 힘을 불어넣었다.

후반기 타선 개선의 중심에 섰던 선수는 유격수 보 비셰트(21)다. 7월 30일 MLB에 데뷔한 비셰트는 8월까지 타율 0.338 8홈런의 맹타를 터뜨리며 토론토 타선을 이끌었다. 비록 9월 타율 0.254 3홈런으로 주춤했지만 아버지 단테 비셰트(MLB 통산 0.299 274홈런)를 연상케 하는 활약에 토론토 관계자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전설적인 2루수 크렉 비지오의 아들 캐반 비지오(24)는 데뷔 전만 해도 게레로, 비셰트에 비해 잠재력이 떨어진다는 평가였다. 그러나 그 또한 100경기에 나서 16홈런을 날리는 의외의 장타력을 보이며 팀 핵심 유망주로 자리 잡았다. 특히 강점은 선구안이다. 삼진은 123개로 많지만 볼넷도 71개를 얻어내 낮은 타율(0.234)에도 준수한 출루율(0.364)을 자랑한다. 시즌 마지막인 9월 한 달 간은 3할 타율에 4할대 출루율, 5할대 중반 장타율이라는 괴력을 보여줬다.

세 선수들의 이름값에 가려졌지만 루디스 구리엘 주니어(26)도 인상적인 모습을 남겼다. 구리엘은 6월 한 달 간 타율 0.337 10홈런의 대활약으로 팬들의 시선을 자신에게 모았다. 다만 8,9월에는 부상에 시달리며 성적이 수직하락했다. 그래도 84경기에서 기록한 20홈런은 무시할 수 없는 숫자다. 거구의 1루수 라우디 텔레즈(24·0.227 21홈런) 또한 토론토가 공들여 키우는 선수다. 빅리그에선 정확도에 아쉬운 모습을 보였지만 올 시즌 트리플A에서는 타율 0.366(93타수 34안타)을 기록하는 등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 토론토는 에드윈 엔카네시온, 저스틴 스모크 등 파워를 갖춘 1루수의 개안을 이뤄낸 구단이기도 하다.

다만 토론토의 문제는 수비다. 타격으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잠재력을 갖췄다는 토론토의 유망주들은 수비는 대부분 불안한 편이다. 데뷔 전부터 3루 수비는 어깨를 제외하고 평균 이하라는 평가를 받던 게레로는 물론 다른 타자 유망주들도 수비에 대한 평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지난 4년 토론토의 주전 중견수 자리를 지켜온 ‘슈퍼맨’ 케빈 필라(30·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2019시즌 일찌감치 팀을 떠났다.
켄 자일스(오른쪽). AP뉴시스

확 바뀐 투수진
토론토의 2019시즌 개막전 투수진과 2020시즌 투수진은 완전히 다르다. 수년간 토론토의 에이스 자리를 지킨 마커스 스트로먼이 지난 7월말 뉴욕 메츠로 트레이드됐다. 대활약과 부상을 넘나들던 애증의 대상 애런 산체스까지 휴스턴 애스트로스로 팀을 옮기며 토론토는 붙박이 선발들이 거의 없는 상태로 시즌을 마쳤다.

2020시즌은 또 다르다. 2019 평균자책점 MLB 전체 1위 류현진을 거액을 주고 영입해 에이스 자리를 맡긴다. 류현진 영입 직전에는 테너 로아크(10승 10패 평균자책점 4.35), 체이스 앤더슨(8승 4패 4.21)을 데려와 2,3선발 자리를 메웠다. 물론 여전히 플레이오프 진출팀의 선발진으로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불펜 또한 마무리 켄 자일스(29·2승 3패 23세이브 1.87)를 제외하면 눈에 띄는 선수가 없다. 내년 MLB에 데뷔하는 일본인 투수 야마구치 슌(32)이 핵심 계투가 될 가능성도 있다. 야마구치는 일본프로야구에서 통산 112세이브를 기록했다.
야마구치 슌. AP뉴시스

그래도 토론토에는 믿는 구석이 있다. MLB닷컴 기준 2019 구단 내 1위이자 리그 전체 10번째 유망주로 평가받은 네이트 피어슨(23)이 데뷔를 기다린다. 우완인 피어슨은 직구 최고 구속이 102마일(164㎞)에 달하는 광속구 투수다. 여기에 슬라이더 또한 수준급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올 시즌 싱글A에서 시즌을 시작한 피어슨은 마이너리그를 평정하며 트리플A에서 시즌을 마쳤다. 피어슨이 건강하다면 팬들은 그의 데뷔를 내년 빠르게 지켜볼 수 있을 전망이다. 스트로먼의 대가로 메츠에서 넘어온 좌완 앤서니 케이(24)에 거는 기대도 크다. 에이스급 투수가 될 만큼의 구위는 아니지만 팀의 3,4선발로 오를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