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총리감’ 고이즈미 환경상, 불륜·정치자금 의혹

입력 2019-12-27 17:20
고이즈미 신지로(왼쪽) 중의원 의원이 지난해 8월 아나운서 다키가와 크리스텔과의 결혼 계획을 밝히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차기 총리감으로 주목받아온 고이즈미 신지로(38) 환경상이 결혼하기 전 유부녀와 불륜 관계를 맺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차남이자 중의원 4선 의원인 고이즈미 환경상은 지난해 인기 아나운서 다키가와 크리스텔과 결혼했으며 지난 9월 입각했다.

고이즈미 환경상은 27일 일본 주간지 ‘슈칸분슌’이 전날 발매한 최신호에서 자신의 불륜 사실과 정치자금 유용 의혹을 보도한 것에 대해 해명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2015년 6월 유부녀와 호텔에 함께 숙박했다는 보도 내용에 대해 “개인의 일에 대해 말할 것이 없다”며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슈칸분슌은 고이즈미 환경상이 2015년 6월 27~28일 일본의 인기 휴양지인 나가노현 가루이자와에서 열린 ‘GI 신세대 리더 서밋’ 당시 고급 호텔에 머물면서 이 행사에 참여했던 기혼 여성 A씨와 별도로 잡아놓은 방에서 밀회를 즐기는 등 두 사람이 상당 기간에 걸쳐 불륜 관계를 맺었다고 전했다. 슈칸분슌에 따르면 불륜 상대로 알려진 A씨 본인은 “말할 수 없다”며 언급을 피했고, A씨 측근은 “친구 관계로 회식 자리 등에서 만난 적은 있지만 교제한 사실은 일절 없다”고 해명했다.

특히 슈칸분슌은 고이즈미 환경상이 대표로 등록된 정치자금 관리단체 ‘센신카이’(泉進會) 명의로 발행된 당시 호텔 영수증을 제시하면서 결국은 국민세금인 정치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을 함께 제기했다. 두 사람이 밀회를 즐겼던 호텔 방은 조망이 좋아 하루 기본숙박료가 10만엔(약 100만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슈칸분슌은 또 고이즈미 환경상의 정치자금 수지 보고서 분석 내용을 근거로 2009년 이후 4차례의 중의원 선거 때 유령 회사를 앞세워 선거용 포스터 등의 발주 비용을 시세보다 높게 지출하는 수법으로 거액을 빼돌린 의혹도 있다며 당사자의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고이즈미 환경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무실에 확인해 보니 법령에 따라 적정하게 처리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슈칸분슌은 고이즈미 환경상이 ‘차기 총리’ 상위권에 포진하고 있는 점을 들면서 아베 신조 총리의 뒤를 잇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의혹을 확실하게 해명해야 하다고 꼬집었다.

정치인 비리에 관련된 특종기사를 종종 터뜨려온 슈칸분슌은 지난 9월과 10월 스가와라 잇슈 당시 경제산업상 본인과 가와이 가쓰유키 당시 법무상 부인의 선거법 위반 의혹을 제기해 두 각료를 모두 낙마시킨 바 있다. 이 때문에 일본 주간지 중에 최대 독자층을 자랑하는 슈칸분슌을 통해 스캔들이 터진 고이즈미 환경상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