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스스로 컸다… 중국 정부 유착 없었다”

입력 2019-12-27 15:36 수정 2019-12-27 15:41
중국 화웨이 본사 건물. AP연합뉴스

중국 화웨이가 지난 20년간 최소 750억 달러(약 87조원)에 달하는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았다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주장에 대해 27일 입장문을 통해 “허위 정보와 잘못된 추론에 기반한 추측성 보도”라며 반박했다.

WSJ는 전날 화웨이가 세계 최대의 통신장비 업체이자 세계 2위 스마트폰 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중국 정부가 20년간 제공한 750억달러(약 87조원)의 금융 지원을 토대로 경쟁사보다 30% 저렴하게 장비를 공급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WSJ의 보도는 중국 정부와 화웨이가 유착하고 있다는 미국 정부의 시각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그리고 미·중 2단계 무역협의를 앞두고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을 다시 시작한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화웨이는 중국개발은행·중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로부터 300억달러의 신용한도를 제공 받았고, 수출금융·대출 등으로 160억달러 이상 지원받았다. 또 중국 정부로부터 2008년부터 10년간 IT 분야 육성을 위한 인센티브, 세금 감면 등을 통해 250억달러 상당의 혜택을 받은데다, 직접적인 보조금도 16억달러나 받았다. 이번 보도 외에도 미국 언론은 그동안 화웨이와 중국 정부의 긴밀한 관계나 영향력에 대한 기사를 종종 실어왔다.

하지만 화웨이는 입장문에서 “화웨이와 중국 정부의 관계는 중국에서 사업하는 다른 민간 기업들과 다르지 않다”면서 “지난 10년 동안 화웨이 운영 자본의 90%는 자체 사업 운영에서 조달됐고, 화웨이의 외부 금융은 시장 규칙을 모두 준수하며, 부채 비용은 시장의 표준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화웨이는 또 “WSJ가 보도에 나오는 기술 연구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의 보조금 지급은 서방 정부에선 일반적”이라며 “지난 10년 동안 화웨이가 중국 내외에서 중국 정부로부터 받은 연구개발(R&D) 보조금은 전체 매출의 0.3% 미만”이었다고 밝혔다. 앞서 WSJ는 화웨이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받은 정부 보조금은 세계 2위 통신장비회사인 노키아 그룹이 핀란드 정부로부터 받은 보조금의 17배나 되는 액수라고 지적했다. 세계 3위 회사 에릭슨은 그 기간 정부 보조금을 받은 적이 없다.

화웨이는 자사의 성공이 연간 매출의 10%~15%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등 지난 30년간의 집중 투자, 고객 요구를 반영해온 노력, 19만 명 이상 되는 직원들의 헌신의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에만 미화 150억 달러를 R&D에 투자했는데, 이 투자로 화웨이는 유럽연합(EU)이 발간하는 ‘2018 산업 연구개발(R&D) 투자 스코어보드’에 세계에서 5번째로 R&D에 많은 투자를 하는 기업에 선정됐다고 상기했다. 이는 시스코(Cisco, 25위), 노키아(Nokia, 27위), 에릭슨(Ericsson, 43위)보다 높은 순위다.

화웨이는 “최근 WSJ는 화웨이에 대해 불분명하고 무책임한 기사들을 다수 보도해 명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 법적 조치를 취할 권리를 갖고 있음을 알려 드린다”고 밝혔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