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을 마무리하고 모빌리티그룹을 향한 첫발을 뗐다. 건설 사업을 주축으로 유통, 레저, 물류로 영역을 확장해 온 HDC그룹이 항공 사업과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사아나항공이 짊어진 막대한 부채는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과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현산 컨소시엄)은 27일 이사회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지분 30.07% 매매계약(SPA)을 체결하는 내용의 안건을 의결했다. 당초 지난 12일까지 SPA를 체결키로 했지만, 금호산업이 보유한 구주 가격과 손해배상 한도 문제로 지연됐다.
양측은 구주 가격은 3200억원, 손해배상 한도는 9.9%로 최종 합의했다. HDC그룹은 향후 약 2조1800억원을 유상증자해 아시아나항공에 투입하기로 해 총 인수비용은 2조5000억원대에 달한다. 인수대상이 된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의 매출은 7조원이 넘어 기존 HDC그룹 전체 매출 6조5000억원보다 크다. 그룹 정체성이 건설 분야에서 항공·물류로 전환하는 대규모 인수합병이다.
그룹 외형도 크게 확장된다. HDC그룹의 올해 자산 규모는 10조5970억원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에는 21조6513억원까지 불어난다. 재계 순위로 보면 33위에서 17위로 수직상승한다. 반면 아시아나항공과 결별한 금호산업은 60위권 밖으로 밀려나게 됐다.
아시아나를 인수하면서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숙원사업인 종합 모빌리티 그룹도 구체화됐다. 정몽 회장은 인수 계약 마무리 사실을 밝히는 보도자료에서 “즉시 인수작업에 착수해 아시아나항공을 조속히 안정화시키고 안전을 최우선하는 항공사로 거듭나도록 할 것”이라며 “HDC그룹과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방안도 빨리 모색할 것이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앞서 지난달 인수 우선협상자 선정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HDC그룹은 항공산업뿐 아니라 나아가 모빌리티 그룹으로 한 걸음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건설 사업으로 기반을 다진 HDC그룹은 HDC아이파크몰로 유통업계에 진출했다. 호텔신라와 손잡고 면세점 사업에도 나섰다. 여기에 아시아나항공을 손에 넣으면 항공과 유통, 호텔, 면세업 등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의 막대한 부채 탓에 ‘승자의 저주’에 시달릴 거란 우려도 나온다. 아시아나항공 부채는 9조6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HDC 실사 과정에서 부채 규모가 예상보다 더 컸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에 비교해 자기자본 1조1000억원에 불과하다.
HDC산업개발 인수금액이 투입되면 자본금은 3조원으로 늘어나고 부채비율도 현재 660%선에서 300% 수준으로 낮아진다. 여기에 범현대가에 속하는 현대백화점과 현대오일뱅크, KCC 등이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