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연말 열리는 ‘LoL KeSPA컵’은 차기 시즌 메타를 미리 엿보는 장이다.
라이엇 게임즈가 지난 11월 게임에 적용한 프리 시즌 패치는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킬까. 올해 프리 시즌 패치는 오브젝트 시스템의 변화, 협곡 측면 공격로의 변경, 도벽의 삭제를 비롯한 핵심 룬의 변경 등이 중점이다.
패치 이후 가장 눈에 띄게 변한 건 정글러의 위상이다. 이전 시즌에 비해 성장이 더디다.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넥슨 아레나에서 개막한 2019 LoL KeSPA컵에선 정글러와 같은 팀 라이너 간 레벨 차이가 3 이상 벌어지는 일이 빈번했다. 상대 팀 정글러와의 레벨 차이를 좁히지 못해 고전하는 선수들도 있었다.
이런 현상이 나오는 건 라이엇 게임즈가 ‘경험치 보정’으로 불렸던 효과를 삭제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레벨이 낮은 챔피언이 정글 캠프를 사냥할 시 추가 경험치를 줬다. 이를 통해 상대 정글러 또는 같은 팀 라이너와의 레벨 차이를 좁힐 수 있었다. 라이엇 게임즈는 이번 프리 시즌 패치에서 이 효과를 없앴다.
KeSPA컵에서 만난 프로 정글러들은 경험치 보정 효과 삭제가 레벨링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라고 입을 모았다. 한 선수는 “이제 한 번 성장이 말리게 되면 끝까지 상대 정글러의 레벨을 따라잡을 수 없다”면서 “게임이 많이 말리면 전보다 의욕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라이엇 게임즈는 프리 시즌 패치 노트를 통해 “정글러가 갱킹 중간에 정글 캠프를 잠시 사냥하는 것이 아닌, 사냥에 중점을 둔 플레이의 보상을 증가시키고자 한다”고 경험치 보정 효과의 삭제 이유를 밝혔다. 갱킹 실패의 리스크를 키워 정글러의 성장 위주 플레이를 유도한 것이다.
이번 정글 캠프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팀과 선수가 새 시즌을 앞서나갈 것으로 보인다. 프리 시즌 패치 이후 정글 캠프의 경험치도 줄어들었다. 대신 리젠 시간이 빨라졌다. 정글러 챔피언의 티어 재분류도 관건이다. 현재 KeSPA컵의 인기 챔피언은 초반 라인 개입 능력이 뛰어난 리 신, 렉사이, 엘리스, 올라프 등이다.
한편 프리 시즌 패치 적용 이후 솔로 랭크에서는 ‘레벨링이 힘들어지면서 게임을 캐리하기도 어려워졌다’는 정글러 유저들의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프로 정글러들의 생각은 달랐다. 대체적으로 ‘팀 게임에서는 승리가 최우선’이라며 개의치 않아했다.
“정글러 레벨링이 빠르고 느리고는 상관없다. 팀만 이기면 된다.”(KT ‘말랑’ 김근성)
“정글러의 레벨과 캐리력은 다른 얘기다. 레벨이 높다고 해서 캐리 확률이 높아지는 게 아니다.” (한화생명 ‘하루’ 강민승)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