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공익’ 사건 당사자들 힘들어해…울며 ‘죽고 싶다’고”

입력 2019-12-27 15:12 수정 2019-12-27 17:30
인천 연수구의 한 동사무소에서 근무하는 공익근무요원 B씨가 홀로 정리한 마스크 3만5000장이라며 올린 사진. 디시인사이드

인천 연수구 소재 동사무소의 한 여성 공무원이 공익근무요원(사회복무요원)에게 ‘마스크 약 3만장’을 포장하라고 지시한 이른바 ‘마스크 공익 사건’이 온라인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네티즌은 ‘공무원의 갑질’이라는 쪽과 ‘공익요원의 근무 태만’이라는 의견으로 나뉘어 열띤 설전 중이다.

이 사건은 지난 19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게시된 글 때문에 논란이 됐다. 자신을 동사무소 공무원이라고 소개한 글쓴이 A씨는 “한 공익요원이 정말 일을 안 한다. 잡일조차 안 하려 하고 휴대전화만 본다”며 업무상 고충을 토로했다.

A씨는 “물건을 봉투에 배분해서 담아달라고 부탁했더니 공익요원의 표정이 굳었다”면서 “그런데 잘못 배분해 오류 난 게 있을 거라고 내게 책임지라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나에게 책임을 전가하니 열 받더라”고 덧붙였다.

얼마 뒤 자신이 A씨의 글 속 공익요원이라고 주장하는 네티즌 B씨가 나타났다. B씨는 “구청에서 미세먼지 대책으로 마스크 3만5000장이 나왔는데, 나 혼자 30장씩 분류하라고 하더라”며 “혼자 2주 동안 하루 종일 해서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일주일 후에 묶어둔 마스크를 통장별로 다시 분류하라고 시키더라. 처음부터 그렇게 했으면 두 번 일 할 필요가 없었다”고 했다. 또 “(책임을 전가한 게 아니라) ‘혼자 3만5000장을 하는 거라서 오류가 생길 수밖에 없다. 나는 이 업무 담당자가 아니기 때문에 책임질 수 없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B씨는 “A씨가 내게 주의를 준 다음 다 들리는 곳에서 나에 대한 욕을 했다”면서 “내게 ‘듣고 느끼라고 일부러 더 큰소리로 욕했다. 군대보다 편한 거 아니냐’는 말까지 했다”고 폭로했다.

많은 네티즌은 A씨의 태도에 분노했다. 명백한 갑질이라는 의견이 많았고, 자신의 잘못은 없는 것처럼 인터넷에 글을 올린 것 역시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B씨의 근무 태도를 비판하는 댓글도 일부 있었다.

논란이 거세지자 인천시 김국환 의원은 A씨의 근무지인 동사무소를 찾아 동장과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이 사건 관련해) 현재 감사실에 보고가 된 상태다. 당사자와 감사를 받으러 갈 예정이다. 감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26일 오후 tvX에 밝혔다.

김 의원은 “인터넷에 A씨와 B씨 모두에 대한 비난 글이 올라오는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양 당사자 모두 힘들어한다”며 “B씨와 통화했는데, 울면서 ‘죽고 싶다’는 말까지 하더라”고 했다.

또 “A씨는 현재 시보 근무 3개월인 상태로, 감사 결과 징계 처분을 받으면 직장을 잃게 된다”면서 “직접 통화하지 않았지만 무척 힘들어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번 사건이 남녀 성별 문제로까지 번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당사자 간에는 합의가 된 상태다. 앞으로 문제가 원만히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