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하면 치아와 잇몸에는 전신건강을 가늠할 수 있는 많은 정보가 들어 있기때문이다. 요즘은 면접을 볼 때 건강 검진표 한장에 모든 건강 이력을 담겨 있다. 하지만 그 옛날에는 전신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치아와 입안을 들여다보는 것이 최선이었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일화가 있다. 삼국사기에 실린 내용이다. 신라의 2대 남해왕(南解王)이 남해왕의 아들인 유리는 선친에게 지혜롭다고 인정받았던 탈해에게 왕위를 양보하려 했다. 하지만 탈해는 “예로부터 뛰어나게 덕을 갖춘 성인은 이가 많다고 하니 이를 떡에 찍어보자”고 제안했다. 남해왕은 생전에 신라로 들어온 석탈해의 지혜에 반해 사위로 맞이했고, 자신이 죽으면 지혜로운 사람이 왕이 됐으면 한다는 유언을 남겼다.
떡을 준비해 한 사람씩 그 떡을 깨물었다가 뱉게 해 떡에 찍힌 치아 자국을 보니, 유리가 더 많았다. 그래서 유리가 3대 임금, 탈해가 4대 임금이 되었다. 이후 박씨, 석씨, 김씨가 돌아가면서 왕을 이었다고 한다.
필자는 치아와 잇몸의 건강이 전신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믿는다. 그러니 치아의 개수로 왕을 결정했던 그 당시 선조들의 지혜에 감탄할 수 밖에. 치아의 개수와, 치아와 잇몸의 건강이 어떻게 전신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지는 이후에 자세히 짚겠다.
최근엔 환자 본인이든 치과의사든 쉽게 발치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보기에 아직까지 충분히 쓸 만한 치아가 다른 치과에서 쉽게 뽑힌 것을 볼때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치아는 하나님이 주셨다. 우리 몸에 최적화돼 있다.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치아 하나 하나를 소중히 여겼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지영 원장(치의학박사 ·닥터이지치과) 정리=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