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 노사상생 광주형 일자리 성공하려면 …

입력 2019-12-27 11:12 수정 2019-12-27 11:29

광주형 일자리 실현을 위한 광주글로벌모터스(GGM) 완성차 공장이 26일 우여곡절 끝에 첫 삽을 떴다.

민선 6기 노사민정 대타협을 전제로 광주형 일자리를 처음 거론한 지 5년6개월만의 결실이다.

광주시와 현대차가 대주주로 참여한 GGM의 완성차 공장은 1998년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이후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국내에 자동차 공장을 짓는 것이다.

완성차 공장은 건축면적 8만6215㎡, 연면적 11만7335㎡, 부지면적 60만4508㎡ 규모다. 광주 광산구와 전남 함평군에 걸친 빛그린산단에 들어설 공장에서는 2021년부터 연간 10만대의 경형 SUV차량을 생산하게 된다.

기공식에는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장관,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 수석 등이 참석해 광주형 일자리의 출발을 축하했다.

하지만 사회대통합을 전제로 한 GGM 기공식에 노동계가 불참해 그 의미가 반감됐다. 광주형 일자리가 첫 걸음부터 삐걱거린 것이다.

노동계를 대변하는 한국노총 광주본부는 GGM이 법인설립과 이사진 구성 과정에서 노동계 요구를 묵살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를 통해 가동될 완성차 공장이 현대차 하청공장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다.

이들은 시민자문위 운영, 노동자 평균 2배 이내의 임원진 급여 책정, 노동이사제 도입, 현대차 출신 이사 경질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기공식 이전의 광주형일자리 사업과정도 결코 순탄치 않았다. 5년간 임금협상 유예 조항 등을 둘러싼 첨예한 노사갈등이 이어졌다. 당초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려던 현대차와 완성차 공장 투자협약 조인식도 불과 하루전에 2차례나 취소되기도 했다.

기공식 당일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근로자들과 광주청년유니온 회원 등은 빛그린산단 삼거교차로 인근에서 노동존중 사회통합 광주형 일자리 4대의제 실행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가졌다.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달라는 하소연이다.

기공식에 따라 노사상생 광주형일자리는 제 궤도에 올랐다. 하지만 노사가 동반성장을 꾀하려면 남은 과제가 한 둘이 아니다. 갈 길이 아직 멀다. 시민사회에서는 대주주인 광주시와 현대차가 반드시 지역노동계와 손을 맞잡고 가야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도 기공식 축사에서 “노사상생이 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노동계가 함께하는 광주형일자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 노동자 반값연봉을 뼈대로 한 광주형일자리.

임금을 낮추는 대신 정부와 지자체가 주거·보육 등의 복지혜택을 제공하는 광주형일자리는 노동계가 동참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정부·지자체가 특단의 지원과 배려를 하지 않아도 추진 동력을 잃게 된다.

광주시와 현대차, 노동계는 한 발씩 서로 양보해 광주형일자리의 성공모델을 만들어달라는 시민들의 간절한 소망을 언제나 가슴에 새겨야 한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