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질긴 생명력’ 네타냐후, 당대표 경선 승리로 총리직 방어

입력 2019-12-27 10:59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EPA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70) 이스라엘 총리가 집권당인 우파 리쿠드당의 대표 경선에서 승리했다. 이에 따라 부패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네타냐후 총리가 내년 3월 총선에서도 리쿠드당을 이끌게 됨에 따라 면책특권에 따라 기소도 유예되게 됐다.

AP통신 등은 27일(현지시간) 네타냐후 총리가 전날 당 대표 경선 투표가 마감되고 1시간 정도 지난 뒤 트위터에 “거대한 승리를 거뒀다. 신뢰와 지지를 보여준 당원에게 고마움을 표한다”고 썼다고 전했다. 현지 매체가 실시한 출구조사 결과 네타냐후 총리는 투표 참가자의 71%를 득표, 29%를 얻은 기드온 사르(53) 의원을 제치고 승리할 것으로 예상됐다. 공식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네타냐후 총리가 압승을 거뒀다는 것에 이견은 없다. 총리직 방어에 성공한 네타냐후 총리는 내년 3월 2일 총선에서도 리쿠드당을 이끌게 된다.

네타냐후 총리가 당 대표 경선을 수용한 것은 올들어 2차례의 총선에도 불구하고 연정 구성에 실패한데 지난 11월 뇌물수수, 사기,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기 때문이다. 현직 총리가 범죄 혐의로 기소된 것은 이스라엘 역사상 처음이다. 제1야당에 해당하는 청백당 등 이스라엘 야권은 검찰 기소 전부터 부패 혐의를 받는 네타냐후 총리와의 연정을 거부해 왔다.

다만 이스라엘 법에 따르며 현직 총리가 기소돼도 총리직에서 반드시 물러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네타냐후는 의회에 면책특권을 요청하며 최대한 총리직을 유지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이스라엘에선 올해 4월과 9월에 총선을 치른 바 있어 1년 사이 사상 처음으로 세 번째 총선이 열리게 된다. 이에 따라 사데르 의원 등 당내 중진 의원들이 3번째 총선을 이끌 당 대표 경선을 요구했고, 입지가 악화된 네타냐후 총리는 받아들였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번 당 대표 경선에서 패배하면 사실상 정치적 생명력이 끝나는 것이었지만 다시 살아남았다.

하지만 당 대표 경선 승리에도 불구하고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미래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예측이 나온다. 리쿠드당이 내년 3월 2일 예정된 총선에서 승리하고 네타냐후 총리가 연정 구성에 성공할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달 초 이스라엘 내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다음 총선에서 청백당이 의회 120석 가운데 37석을 차지하고 리쿠드당은 이보다 4석 적은 33석을 얻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총선에서 청백당이 33석, 리쿠드당이 32석을 각각 확보한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