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갑 흔들다 ‘찬물’… ‘조국 수호’측은 “이겼다” 환호

입력 2019-12-27 04:34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이 법원의 구속 여부 결정을 기다리며 대기한 서울동부구치소 앞은 26일 오후부터 27일 새벽까지 영장 발부와 기각을 각각 촉구하는 양쪽 집회 참가자들로 들어찼다.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 앞에서 조국 전 법무장관 구속에 반대하는 지지자들과 구속을 촉구하는 보수 표방 단체들의 야간 집회가 이어졌다. 연합

26일 오후 2시를 전후해 서울 송파구 문정동 서울동부구치소 맞은편 인도에는 자유연대, 반(反)대한민국세력축출연대 등 보수단체 관계자들이 조 전 장관의 구속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그 건너편 인도에는 ‘함께 조국수호 검찰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조 전 장관의 지지자들이 ‘정치검찰 물러나라’, ‘공수처 설치’ 등 구호를 외치며 모여들었다.

일부 조 전 장관 지지자들은 서울동부구치소 앞 인도와 1개 차도에서 따로 집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이 인치 중인 구치소를 바라보고 왼쪽에는 “영장 기각” 구호가, 오른쪽에는 “영장 발부” 구호가 경쟁적으로 터져 나왔다. 한 공간에서 열린 두 집회는 조 전 장관이 구치소를 나온 27일 오전 1시 30분까지 이어졌다.

밤사이 서울 지역의 체감온도는 -5도 아래로 떨어졌다. 그러나 이들은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조국 수호’와 ‘조국 구속’을 반복해 외치며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다.

양 집회는 각자 방송용 트럭과 대형 앰프, 전광판을 구비한 양측 대오는 경쟁적으로 음악을 틀고 “조국 수호”와 “조국 구속” 구호를 반복했다.

보수단체가 주축이 된 ‘조국 구속’ 집회 진행자들은 욕설을 섞어가며 큰 음향으로 조 전 장관 지지자들을 자극하기도 했으나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27일 오전 1시에 가까워졌을 무렵 구속영장이 기각됐다는 속보가 타전되자 양측의 분위기는 확연히 엇갈렸다.

수갑과 태극기·성조기를 흔들며 조 전 장관 구속을 외친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일순간 당황한 기색이 비쳤다. 반면 “우리가 조국이다”를 연호하던 조 전 장관 지지자들의 구호는 “우리가 이겼다”로 바뀌었다. 12시간 가까이 진행된 집회가 마무리된 순간이다.

26일 밤부터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력 15개 중대 1200명을 서울동부구치소와 서울동부지검, 서울동부지법 인근에 배치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