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가해자가 피해자를 괴롭히기 위해 33만원어치의 닭강정을 주문했다고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의 공분을 산 ‘33만원 닭강정 거짓 주문’ 사건의 실체가 드러났다. 사건의 전모는 피해자에 대한 사기 행각이 실패하자 피해자를 협박하기 위해 대출 사기 일당이 벌인 횡포극이었다.
2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 사건의 피해자 A씨(20)는 최근 대출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대출 사기 일당을 만났다. 이 사건은 24일 성남 분당구의 한 닭강정 가게 업주 B씨가 인터넷 커뮤니티 ‘클리앙’에 제보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당초 A씨가 고등학교 때부터 괴롭힘을 당해온 가해자들에게 닭강정 거짓 주문 피해를 입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경찰 조사 결과 학교 폭력과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대출 사기 일당 2명과 일주일 동안 찜질방과 모텔에서 함께 지내며 대출을 받기 위해 재직증명서를 위조하는 방법 등을 전해 들었다. 이후 24일 A씨는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에 찾아갔으나 문서를 위조해야 한다는 사실에 양심의 가책을 느껴 은행 뒷문으로 달아났다.
이 일당은 A씨에게 앙갚음을 하기 위해 A씨 집 주소로 33만원어치의 닭강정을 주문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은행에서 달아난 직후 경찰에 대출 사기 피해 사실을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B씨는 ‘클리앙’에 올린 글에서 “단체 주문을 받아서 배달하러 갔는데 주문자의 어머님이 처음엔 안 시켰다고 하다가 주문서를 보여드리니 ‘아들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데 가해자들이 장난 주문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머님은 ‘매장에 피해를 줄 수는 없으니 전액 결제는 하겠지만 먹을 사람이 없어 세 박스를 빼고 나머지는 도로 가져가달라’고 하더라”며 “저희도 바쁜 와중이라 경황이 없어 일단 결제를 하고 강정 세 박스를 드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강정은 판매가 불가능한 상태지만 버리기 아깝다”며 “혹시 식은 강정도 괜찮다면 (커뮤니티) 회원들께 무료로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실제 B씨가 게시글에 따로 첨부한 영수증 사진에는 33만원어치의 주문 내용과 배달 요청사항으로 ‘아드님 XX씨가 시켰다고 해주세요’라는 메시지가 적혀있다. 이후 닭강정 가게 측은 피해자 측의 카드 결제를 강제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25일 닭강정을 거짓 주문한 주문자를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B씨가 올린 게시글은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퍼지면서 많은 누리꾼의 공분을 샀다. 특히 B씨 게시글의 내용을 토대로 ‘20대인 피해자가 닭강정 거짓 주문자들에게 고등학교 때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학교 폭력 피해자인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경찰 관계자는 “학교 폭력 의혹이 불거진 것은 종업원과 피해자 A씨의 어머니가 나눈 대화 과정에서 비롯된 오해 때문으로 보인다”며 “현재 대출 사기 일당의 소재를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