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합의’ 위헌판단 전날, 법원 “진정한 해결 아냐”

입력 2019-12-26 20:35

법원이 박근혜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진정한 해결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며 강제조정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헌재)의 위안부 합의 위헌 여부 판단을 하루 앞두고 나온 결정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33부(부장판사 신숙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강일출 할머니 등 9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 조정기일을 열고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가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에 반한 것으로 피해자들이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는 점을 국가가 겸허히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향후 피해자들의 존엄과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대내외적인 노력을 계속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정부와 위안부 피해자 측이 결정문을 송달받고 2주간 이의제기하지 않으면 확정 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생긴다.

강 할머니 등은 2015년 12월 28일 체결된 한·일 위안부 합의가 피해자들에게 정신적·물질적 손해를 끼쳤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들은 이 합의가 “위안부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 실현을 돕지 않은 정부의 부작위는 위헌”이라는 2011년 헌재 결정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위안부 합의에 미흡한 점이 있지만 국가간 외교행위에서 불법성을 인정하기 힘들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었다.

피해자 측 소송을 맡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대리인단은 “정부는 법원 결정을 수용하고 일본 정부에 위안부 문제에 대한 법적 책임 인정을 추궁해달라”며 “피해자의 존엄과 명예가 회복되도록 노력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리인단은 일본 정부가 지급한 위로금 10억엔에 상응해 책정된 103억원의 반환 절차를 조속히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헌재는 27일 강 할머니 등이 한·일 위안부 합의가 위헌임을 확인해달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최종결론을 내린다. 위헌 결정이 내려질 경우 한·일 관계에도 큰 파장이 예상된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