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원 받고 링 오른 中대학생…격투선수 발차기에 사망

입력 2019-12-28 00:15
지난달 30일 밍지아신과 왕하오란 선수의 경기 모습. 중국 웨이보 제공

훈련 한 달 만에 프로 격투기 선수를 상대로 경기에 투입됐다가 혼수상태에 빠진 중국 대학생이 사망했다.

중국 매체 펑미엔신원은 지난달 30일 밍지아신이라는 20대 남성이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열린 격투 시합에서 상대 선수에게 맞아 쓰러진 뒤 사경을 헤매다가 이번 달 20일 숨을 거뒀다고 26일 보도했다.

왕하오란 선수. 중국 웨이보 제공

밍지아신. 중국 웨이보 제공

사망한 밍은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청두 명문 남서재경대학에 입학한 재원으로 격투기 훈련 한 달 만에 시합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그는 승패와 상관없이 경기에 출전하면 240위안(약 3만9000원)을 받는 조건으로 링 위에 올랐다.

경기 이틀 전인 지난달 28일 공개된 상대 선수는 프로급 격투 선수 왕하오란(19)이었다. 밍과 왕의 체격은 각각 168㎝에 55㎏과 172㎝에 57㎏으로 비슷했다. 그러나 왕은 11승 3KO의 전적을 보유한 프로선수인데다 최소 4년간 무에타이를 연마해 태국 방콕 무에타이 챔피언십 우승 전력도 있었다.

경기가 시작된 지 35초 만에 밍은 왕의 발에 복부를 가격당해 쓰러졌다. 당시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 간·신장 등 장기 손상과 과다 출혈로 중환자실에서 사투를 벌이던 밍은 끝내 사망했다.

현지 언론은 밍이 출전한 시합이 과거부터 숱한 논란에 휩싸였다고 보도했다. 해당 대회는 참가에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전문 선수부터 일반 회사원, 교사, 운전기사, 학생까지 다양한 직업의 선수들이 출전했다. 연령대도 10대부터 40대까지 있었다.

문제는 프로와 아마추어 간의 경기 원칙이다. 원래 프로와 아마추어 2개 조로 나눠 진행되는 경기는 사전 정보를 바탕으로 체급과 경기 수준이 맞는 상대끼리 매치시키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주최 측은 시합의 재미를 위해 무리한 진행도 일삼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2016년 1월 40대 회사원도 링에 올랐다가 KO패를 당했으며 3분여간 정신을 잃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경기 직후 병원에 이송된 밍지아신. 중국 웨이보 제공

밍의 가족들은 3주간 병원 신세를 진 밍의 병원비로 최소 20만위안(약 3317만원)의 빚을 지게 됐다. 무리한 경기로 애꿎은 대학생의 목숨을 잃게 한 주최 측은 사고 14시간이 지나서야 찾아와 사과와 함께 8만위안(약 1326만원)의 보상금을 약속했다.

시합을 제안한 코치는 유족들 앞에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에서는 돈을 미끼로 가난한 대학생을 부추겨 시합에 내보냈다가 죽음에 이르게 한 코치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경찰은 주최 측과 코치, 상대 선수 등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 중이다.


김영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