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 통신장비업체인 중국 화웨이가 지난 20년간 최소 750억 달러(약 87조 원)에 달하는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화웨이가 중국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보조금, 세금 감면 혜택, 국책금융기관의 금융 지원 등을 분석한 결과 총액이 750억 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화웨이는 인민해방군 공병 출신의 런정페이 회장이 1987년 선전에 설립한 통신 스위치 판매 회사에서 출발해 20년 만에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로 성장했다.
초고속 성장 배경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정부 지원이 있었던 셈이다. WSJ는 막대한 정부 지원은 화웨이와 중국 정부의 관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화웨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금융 부분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화웨이는 중국개발은행(CDB)과 중국수출입은행의 신용 공여, 수출금융, 대출 등으로 총 460억 달러(53조 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받았다.
또 2008~2018년 정부의 기술부문 인센티브로 약 250억 달러의 세금 감면 혜택을 받았고, 16억 달러의 국가 보조금도 챙겼다. 각종 부지에 대한 할인 혜택도 20억 달러에 달했다.
화웨이는 “연구를 위한 적은 ‘비물질적’ 보조금을 받았을 뿐”이라며 “기술부문 세제 혜택 등 지원의 상당 부분은 다른 회사들도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WSJ에 따르면, 화웨이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받은 정부 보조금은 세계 2위 통신장비회사인 노키아 그룹이 핀란드 정부로부터 받은 보조금의 17배나 되는 액수이다.
세계 3위 회사 에릭슨은 그 기간 정부 보조금을 받은 적이 없다. 스웨덴은 2018년에야 기술통신 부문에 100억 달러의 신용 지원을 했고, 핀란드는 2017년부터 자국 기술 부문 전체에 300억 달러를 지원했다.
화웨이의 경쟁사인 미국 시스코시스템즈는 2000년 이후 연방·주 정부 보조금, 신용 지원 등으로 445억 달러를 받았다고 WSJ은 전했다.
WSJ는 화웨이에 대한 정부 지원이 보조금뿐만 아니라 각종 편의 제공 등 전방위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화웨이는 2014~2018년 광둥성 둥관의 리서치 센터 부지 등 12개 이상의 정부 토지를 당시 평균 시세의 10~50%에 해당하는 가격으로 매입했다. 이 과정에서 약 20억 달러의 토지 매입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화웨이는 또 1998년 지방세 탈세 혐의가 제기됐으나 중앙 정부의 개입으로 단기간에 해결하기도 했다.
화웨이가 탈세 혐의로 어려움을 겪게 되자 리쯔빈 당시 선전 시장은 우방궈 당시 부총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국영기업을 담당하던 우 부총리는 화웨이를 사기업으로 보고 주저하다 결국 회계감사팀 구성에 동의했고, 불과 몇 주 뒤에 화웨이 문제가 깨끗하게 무마됐다.
2019년에는 화웨이가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감시시스템을 제공하기로 하고 파키스탄 총리도 수락했는데 현지 정부의 자금이 부족한 데다 경쟁 입찰을 해야 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파키스탄에 해당 프로젝트 사업비 1억2470만 달러를 차관으로 제공하면서 연 3%의 이자를 거의 면제해주는 대신 화웨이를 선택해달라고 제안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다른 업체들을 배제하고 경쟁 입찰 없이 화웨이를 사업자로 선정했다.
프레드 호치버그 전 미국 수출입은행장은 “만약 누군가 집을 사려고 할 때, 50만 달러짜리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다면, 더욱 강력한 입찰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화웨이는 입찰을 할 때 경쟁자들을 능가하는 확실한 자금 조건을 갖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