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발목 잡혀…내년 초유의 ‘세금 신고’ 혼란 우려

입력 2019-12-26 16:45 수정 2019-12-26 16:47

헌법재판소 세무사법 등록 관련 조항 ‘헌법불합치’
2004년~2017년 세무사 자격 자동 취득한 변호사
실제로 세무 업무 할수 있는 ‘등록’ 불허하는 것은 ‘위헌’
올해 12월 31일까지 입법 개선 권고했지만
관련 법안 국회 통과 지연…“미처리시 등록 규정 자체가 효력 상실”

내년에 초유의 ‘세금 신고 혼란’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헌법재판소는 법인·소득세 신고 등의 업무를 하는 세무사에 관한 법 일부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가 ‘개선입법’을 요구한 시한은 올해 12월 31일이다.

하지만 법 개정안은 공회전하는 국회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오는 31일까지 개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세무사법의 등록 규정이 무효가 된다. 새로 등록을 하려는 세무사, 기존 등록 세무사, 세무사 자격이 있는 변호사 등이 어디까지 세무 업무를 할 수 있는지 모호해진다. 법적 공백이 생기는 것이다.

2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달에 ‘세무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처리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려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도 통과해야 한다. 법안은 현재 법사위에 묶여 있다.

지난해 4월 헌재는 입법 개선을 요청하면서 처리 시한으로 ‘2019년 12월 31일’을 명시했다.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부분은 세무사 등록 규정이다. 세무사는 등록을 해야 관련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세무사 자격이 부여되는 사람들은 세무사시험 합격자, 공인회계사 자격자, 변호사 자격자 등이다. 자격이 부여되면 등록을 거쳐 세무 업무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2004년 1월 1일부터 2017년 12월 31일 사이에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이들은 세무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 변호사는 자동으로 세무사 자격을 취득하는데, 이를 두고 전문성 논란이 불거졌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세무사 자격이 있어도 ‘등록’이 불가능하다. 사실상 세무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것이다. 여기에다 지난해 1월 이후 변호사가 된 이들은 세무사 자격조차 자동 부여되지 않는다.

헌재는 이런 식의 세무 업무 등록 불허가 ‘위헌’이라고 봤다. 변호사도 비슷한 전문성이 있으며,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2004년~2017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이들은 세무사 자격을 갖는 만큼 등록 규정을 신설하고, 이들의 업무 범위를 정하는 ‘개선입법’을 하라고 권고했다.

국회 기재위는 부랴부랴 지난달에 2004~2007년에 변호사가 된 이들도 세무 업무 등록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처리했다. 대신 세무 업무 8개 중 2개(화계장부작성, 성실신고확인)를 허용하지 않았다. 실제로 세무 업무를 수행하려면 1개월의 실무교육도 받도록 했다.

그런데 법안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 시한을 넘기면 세무사법에 있는 등록 조항은 효력을 상실한다. 세무 업무는 ‘등록’을 해야 할 수 있는데, 등록 규정 자체가 무효가 된다는 얘기다. 2004년~2017년에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이들 뿐만 아니라 기존 세무사 등록자, 새로 등록하려는 세무사 등이 어디까지 세무 업무를 다룰 수 있는지를 가려주는 법 근거가 사라지는 것이다.

당장 내년 2월 법인세 신고, 5월 소득세 신고를 할 때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기재부와 국세청 등은 혹시 있을 법적 공백을 우려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오는 31일까지 법안이 처리되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법안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현장에서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계기관들과 긴밀하게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