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북한의 도발 없이 성탄절이 지나가면서 이르면 이번 주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은 전원회의에서 그동안 공언해온 ‘새로운 길’의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2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원회의) 개최 여부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아직 추가로 파악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 1월 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를 발표해야 하는 일정을 감안하면 전원회의는 이번 주 안에 개최될 가능성이 높다.
노동당 전원회의는 당 중앙위원과 후보위원이 모두 참석해 당의 주요 정책노선을 논의하는 최상위급 의사결정기구다. 북한은 지난 4일 전원회의 소집 사실을 공개하면서 “변화된 대내외적 정세의 요구에 맞게 중대한 문제들을 토의·결정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설정한 ‘연말 협상 시한’을 미국이 무시해버린 상황이라 북한은 더 이상 미국과 협상하지 않겠다고 밝힐 것으로 보인다”며 “협상판을 완전히 깨버릴 것인지, 아니면 일말의 여지를 줄 것인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북·미 협상 결렬을 선언함과 동시에 ‘자위적 국방력 강화’를 앞세워 핵 보유국 지위를 주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북한이 연말·연초에는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물리적 도발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중국과 러시아가 국제사회에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을 북한이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날도 정찰기 2대를 띄우는 등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민간항공추적 사이트 ‘에어크래프트 스폿’에 따르면 미국 정찰기 코브라볼(RC-135S) 1대가 오키나와 주일미군 가데나 기지에서 동해 상공으로 출격했다. RC-135S는 원거리에서 탄도미사일의 궤적을 추적하는 정찰기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북한의 잠수함 기지를 정찰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RC-135S 외에 E-8C 조인트 스타즈(J-STARS)도 한반도 상공에 띄웠다. E-8C는 통합 감시 및 목표 공격 레이더 시스템 등을 탑재한 정찰기로 고도 9∼12㎞ 상공에서 북한의 미사일 기지, 야전군의 기동, 해안포 및 장사정포 기지 등 지상 병력과 장비 움직임을 정밀 감시할 수 있다. 미국은 전날에도 정찰기 4대를 한반도 상공에 띄웠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