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당일에도 홍콩 시내 곳곳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다. 경찰은 쇼핑몰 내부까지 진입해 최루 스프레이를 뿌리며 체포 작전을 벌이면서 곳곳에서 격렬한 충돌이 빚어졌다.
2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 시위대는 전날 시내 곳곳에서 ‘경찰을 당장 해체하라’, ‘5대 요구 하나도 빼놓을 수 없다’, ‘광복 홍콩, 시대 혁명’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사틴의 뉴타운플라자, 몽콕의 랭함 플레이스, 카오룽베이의 텔포드 플라자 등에서는 경찰과 시위대의 마찰이 빚어졌다. 경찰은 오후 6시쯤 시위대가 모여있는 뉴타운 플라자에 진입해 근접 거리에서 최루 스프레이를 뿌리며 해산에 나섰다.
텔포드 플라자에서는 저녁 8시쯤 200여 명이 모여 홍콩 시위를 대표하는 노래 ‘홍콩에 영광을’(Glory to Hong Kong)을 부르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쇼핑몰 곳곳에서는 경찰이 시위대 체포에 나서면서 추격전과 몸싸움이 벌어졌다. 경찰이 곤봉으로 시위대를 마구 때리는 장면도 곳곳에서 포착됐다.
몽콕의 상하이 거리에서는 수백 명의 시위대가 경찰을 향해 전진하자 기세에 밀려 후퇴하던 경찰이 경고 깃발도 올리지 않은 채 최루탄을 발사하기도 했다.
교사인 20대 중반의 람 모씨는 쇼핑을 하다 시위대를 만나자 “나는 두렵지 않다. 시위대를 지지한다. 나도 과거에 시위에 가끔 참여했다”고 말했다.
14세의 한 여학생은 “시위에 참여할 계획은 없었는데 쇼핑몰에서 구호 소리가 들리자 마음을 바꿨다”며 “그들을 보면 나도 동참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요구가 수용될 때까지 계속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친 중국 성향으로 시위대의 표적이 된 맥심 그룹 계열 식당과 스타벅스는 만일의 사태를 우려해 상당수 문을 닫고 영업을 중단했다.
뉴타운 플라자에서는 시위대가 친정부 성향의 식당에 들어가 손님들에게 “여기서 식사하지 말라”고 소리치며 영업을 방해하기도 했다. 이에 경찰관 20여 명이 쇼핑몰로 진입해 최루 스프레이를 뿌리고 곤봉을 휘두르며 체포 작전을 벌여 10명을 연행했다.
앞서 시위대는 온라인을 통해 25일 크리스마스와 26일 박싱데이에 완차이와 코즈웨이베이, 침사추이, 몽콕, 사틴, 센트럴 등 6곳에서 행정장관 직선제와 경찰의 폭력진압 조사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자고 제안했다.
캐리람 행정장관은 전날 성탄 전야에 곳곳에서 벌어진 시위에 대해 “많은 사람이 즐겨야 할 크리스마스 축제를 무분별하고 이기적인 폭도들이 망쳐 실망스럽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홍콩 경찰도 “크리스마스이브에 벌어진 폭력 시위대의 불법행위에 대해 최소한의 공권력만 투입했다”며 “시위대의 폭력행위에는 방화와 무차별적인 상점 지부 파괴, 도로 봉쇄, 신호등 파괴, 무고한 시민 폭행, 화염병 공격, 불법 집회 등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병원 당국은 크리스마스이브에 벌어진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로 최소 25명이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했다고 밝혔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