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한이 일방적으로 정한 연말 시한 앞두고 경계 태세 유지
북한·미국 모두 크리스마스 이후 새로운 수싸움 돌입
북한은 미국을 향해 경고했던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이름의 도발을 감행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은 경계 태세를 풀지 않고 있다.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내놓지 않을 경우 북한이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일방적으로 정한 연말 시한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25일(현지시간) “북한이 크리스마스에는 도발을 하지 않았으나 연말이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를 내놓은 이후인 내년 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등 미국을 겨냥한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이스트번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북한의 도발 가능성과 관련해 “미국은 전 세계 동맹들과 함께 크리스마스에도 우리를 지킬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미국의 독립기념일이었던 지난 2017년 7월 4일 “오만한 미국인들에 대한 독립기념일 선물”이라며 IBCM급 ‘화성 14’를 시험 발사한 전례가 있다. 그래서 이번 크리스마스에도 북한이 공격적인 행동을 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으나 다행히 특별한 일 없이 넘어갔다. 미국은 24∼25일 이례적으로 리벳 조인트(RC-135W) 등 정찰기 4대를 한반도 상공에 띄우고 북한의 도발에 도발했다.
북한이 크리스마스에 도발하지 않은 것은 공격적인 행위를 가하지 않아도 미국을 긴장시키겠다는 정치적 목적을 이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미국의 강경 대응 방침에 움츠린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북한이 정책 노선을 결정하는 노동당 전원회의를 열지 않았기 때문에 도발을 미룬 것이라는 설명도 설득력 있다.
그러나 시기만 문제일 뿐,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만들 행동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직거래를 원하는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흔들면서 향후 북·미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연말이나 내년 초에 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대기권을 재진입하는 기술을 갖춘 다단계 로켓 중 하나를 골라 발사할 것이라는 시나리오에 힘이 실린다. 미국도 북한이 꺼낼 도발에 맞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마련했다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다.
크리스마스라는 고비를 넘겼지만 북·미간 새로운 수싸움이 시작됐다. 연말이나 내년 초에 북한이 도발을 행동으로 옮길 경우 북·미 관계는 충돌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다.
북한은 미국의 군사적 보복은 피하면서도 미국을 최대한 자극할 수 없는 묘책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북한의 도발로 인한 상황 악화를 최소화한 뒤 북·미 대화를 재개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안게 됐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