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에 대비한 더불어민주당의 첫 번째 인재영입 키워드는 ‘청년, 여성, 장애인’이었다. 발레리나 출신의 척수장애인 최혜영(40) 강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최 교수는 “휠체어에 앉아있는 저의 눈높이는 늘 낮은 위치에 머문다”며 “낮은 곳에서 내미는 진심 어린 손을 잡아달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26일 여의도 중앙당 당사에서 최 교수의 입당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 교수가 기자회견장에 들어서자 오펜바흐의 ‘자클린의 눈물’이 배경음악으로 깔렸다. 사회를 맡은 양향자 전 최고위원은 “이 곡 제목으로 등장한 첼리스트 자클린은 천재 음악가였지만 불치의 병으로 더 이상 첼로를 연주하지 못하게 됐고 오랜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비운의 예술가다. 비운의 사고로 발레를 접은 또 다른 젊은 예술가가 있다”며 최 교수를 소개했다.
최 교수와 함께 이해찬 당 대표, 윤호중 사무총장, 김병기·김병관·김정우 의원과 오기형 변호사도 참석했다. 김정우 의원이 최 교수의 휠체어를 밀었고, 약 15cm 높이의 연단 옆에 마련된 경사면을 통해 최 교수는 연단에 올랐다.
최 교수는 긴장한 듯 웃어 보이며 “저는 올해 마흔 살에 척수 장애가 있는 장애인”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그는 “열여섯 살 어린 시절부터 무대를 날아오르는 발레리나가 되고 싶었다”며 “가난한 집 딸이었지만 꿈마저 가난하지는 않았다.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자기 청춘과 맞바꾼 언니의 눈물겨운 뒷바라지 덕분에 꿈에 그리던 발레리나가 될 수 있었다”고 잠시 울먹이기도 했다.
최 교수는 24살이던 2003년 공연을 일주일 앞두고 당한 교통사고로 사지 마비 척수장애인이 됐다. 5년 동안의 재활 끝에 스스로 휠체어를 탈 수 있게 된 최 교수는 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를 설립해 센터 강사로 활동했다. 2017년에는 여성 척수장애인으로는 국내 최초로 재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최 교수는 “우리 아이들이 장애를 불편으로 느끼지 않는 세상, 더불어 산다는 말이 더 이상 필요 없는 세상, 그 꿈을 안고 저는 정치에 도전한다”며 “정치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그 소통의 다리를 잇는 작은 끈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해찬 대표는 “제가 지금까지 들은 여러 회견문 중에서 가장 감동적인 회견문”이라며 “우리 당에 입당해주신 것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을 선택하게 된 이유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했었다. 현재 민주당이 국민으로부터 비판을 받는 것을 알고 있다. 민주당과 함께 장애인과 소외계층을 위한 정책을 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민주당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일요일 순차적으로 인재영입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성환 당 대표 비서실장은 가장 먼저 최 교수 영입을 발표한 데 대해 “우리 당이 가야 할 방향, 가치를 상징하고 있는 요인들이 작용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