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과 유류를 운반하는 선박이 올해에만 100여 차례 북한 남포항을 드나든 것으로 드러났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북한의 석탄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북한으로 반입되는 정제유의 양을 엄격히 제한하는 상황에서 대북제재 위반 의심 사례들이 적발된 것이다. 남포항은 북한 제재회피의 허브로 의심받아왔다.
미국의소리(VOA)는 26일 위성사진 서비스 플래닛 랩스 등의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지난 1월부터 이달 24일까지 남포 석탄항구에 정박한 선박은 최소 71척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였던 24일에도 각각 길이 150m와 130m인 대형 선박이 항구에 정박해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두 선박 모두 적재함이 열린 채 정박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석탄을 싣거나 내리는 상황으로 추정된다.
위성사진이 촬영되지 않거나 구름 탓에 촬영이 불가능한 날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실제 남포항에 정박한 선박은 71척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많은 선박이 드나든 달은 11월로 총 9척의 배가 포착됐다. 2월과 5월, 8월이 모두 8척으로 그 뒤를 이었다.
VOA는 해상에 설치된 남포항 유류 하역시설에 정박한 선박도 최소 47척이었다고 전했다. 4월을 제외하고는 매월 2~6척의 유조선이 이 시설에 1~2일간 머물다 떠났다. 앞서 유엔 안보리 전문가들은 남포항에서 바다 쪽으로 약 150~200m 떨어진 지점을 해상 유류 하역시설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북한 유조선들이 외부에서 이곳 시설로 유류를 확보해오면 내륙으로 연결된 수중 파이프를 통해 유류를 운반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그간 북한이 매년 연간 상한선을 크게 넘어서는 유류를 반입하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미국은 지난 7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선박이 실을 수 있는 유류의 양을 각각 33%, 50%, 90%로 가정해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최소 40만 배럴에서 최대 100만 배럴의 정제유가 북한에 반입됐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2017년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에 따라 북한에 반입될 수 있는 정제유의 양은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된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