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아나운서 출신인 배현진 자유한국당 송파을 당협위원장이 황교안 당 대표의 일일 대변인으로 나섰다. 배 위원장은 26일 농성을 벌이다 누적된 피로로 병원에 입원한 황 대표를 대신해 입장문을 대독했다. 대변인이나 당직자가 아닌 원외 인사가 당 대표 입장문을 발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지도부는 황 대표의 ‘강성 이미지’를 누그러뜨린다는 차원에서 배 위원장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한국당 최고위원회의가 시작되기 전 이창수 대변인은 황 대표의 대국민 호소 메시지를 배 위원장이 대독할 것이라고 공지했다. 배 위원장도 오전 9시쯤 당 최고위회의에 참석했다. 최고위회의에서 황 대표의 메시지를 대독하느냐, 비공개 최고위회의까지 끝마치고 하느냐를 두고 이견이 있었지만 논의 끝에 비공개 회의 전에 배 위원장이 입장문을 읽는 것으로 정리됐다.
통상적으로 당 대표의 입장을 전할 때는 당 대변인이나 당 대표 비서실장이 나서는 게 보통이다. 그간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반박하는 황 대표의 입장문도 수석대변인이 발표해왔다.
하지만 지도부는 황 대표의 강성 이미지에 대한 당 안팎의 비판을 의식, 이를 보완해줄 수 있는 ‘메신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배 위원장이 아나운서 출신으로 대중적인 호소력이 있고 친황계가 아닌 중립 인사로 분류된다는 점도 고려됐다. 배 위원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당 대표의 마음이 담긴 메시지인 만큼, 일반 당원 중에 누군가 읽어줬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최고위원들은 대변인이 있는데도 원외 인사가 당대표 입장문을 전달하는 것은 당의 조직체계상 문제가 있다며 비공개 최고위회의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우삼 김용현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