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경찰에게 타인 면허증 사진을? “공문서부정행사 아냐”

입력 2019-12-26 11:45

음주운전 단속 경찰관에게 다른 사람의 운전면허증을 찍은 사진을 자신의 것처럼 제시한 행위는 공문서 부정행사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운전면허증 실물이 아닌 ‘사진’의 경우 공문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공문서부정행사 등 혐의로 기소된 A씨(35)에게 벌금 300만원과 징역 8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에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2017년 4월 서울 양천구의 한 도로에서 음주 및 무면허운전으로 적발되자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해 둔 다른 사람의 운전면허증 사진을 자신의 면허증인 것처럼 제시한 혐의 등으로 기소 됐다.

1, 2심은 A씨의 무면허운전, 음주운전, 사문서 위조 혐의 등과 함께 공문서부정행사 혐의도 성립한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이 공문서부정행사죄에서 ‘정당한 용법에 따른 사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다시 재판하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공문서부정행사죄는 공문서에 대한 공공의 신용 등을 보호하기 위한 데 입법취지가 있다”며 “공문서에 대한 공공의 신용 등을 해할 위험이 있으면 범죄가 성립하지만, 그러한 위험조차 없는 경우에는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로교통법이 운전자에게 ‘경찰공무원이 운전면허증 등을 제시할 것을 요구할 때에는 이에 응해야 한다’고 규정한 취지는 운전면허증 외관만으로 현장에서 신속하게 운전자 신원과 면허조건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데 있다”며 “면허증 이미지 파일을 제시받는 경우에는 그 입수 경위 등을 추가로 조사·확인하지 않는 한 이러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고 적법한 운전면허증을 제시했다고 취급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도로교통법에서 경찰에게 제시하도록 규정한 운전면허증은 면허증 그 자체를 가리키는 것이지, 이미지파일 형태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어 “운전자가 경찰에게 다른 사람의 운전면허증을 촬영한 이미지 파일을 휴대전화 화면 등을 통해 보여주는 행위는 ‘운전면허증의 특정된 용법에 따른 행사’라 볼 수 없다”며 “그로 인해 경찰이 그릇된 신용을 형성할 위험이 있다고 할 수 없어 이런 행위는 공문서부정행사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