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정 “중화사대주의? 한국당, 우리 국격 왜 못믿나”

입력 2019-12-26 10:29
4일 오후 청와대에서 고민정 대변인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비리 의혹 제보 경위 및 문건 이첩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대한민국 국격을 왜 그렇게 믿지 못하나”라며 자유한국당을 비판했다.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양 정상이 매듭을 처음 푸는 역할을 해준 게 아닌가 싶다”고 자평했다.

고 대변인은 26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국당이 지난 24일 중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기 위해 발표한 “뼛속 깊이 밝힌 중화 사대주의를 벗어나기 바란다”는 논평에 대해 “대한민국의 격을 왜 그렇게 믿지 못하는가라고 반문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국격은 정치적 이념과 상관이 없어야 한다”며 “거대 야당이 이러한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이 중국 정부에 어떻게 보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한민국 격을 평가절하하는 말을 한 번 더 생각하고 고심하고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전 기념촬영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사드 배치로 인한 한·중 갈등과 관련해 “잠시 서로 섭섭할 수는 있지만 양국의 관계는 결코 멀어질 수 없는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도 “우리는 긴밀하게 협력을 해온 친구이자 파트너”라고 화답했다. 베이징=서영희 기자

청와대는 지난 25일 “시 주석의 내년 상반기 방한이 확정적”이라고 발표했다. 고 대변인은 ‘확정적’이라는 표현에 대해 “최종조율 단계가 남아있다. 정확한 일자 같은 사안을 실무 단위에서 더 논의해야 해서 ‘확정적’이란 단어를 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진행자가 이 답변에 ‘시 주석이 일본을 오가는 길에 한국을 들르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식의 보도가 있더라.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묻자 고 대변인은 “방문 스케줄은 정해진 것이 없어서 말씀을 드릴 수는 없다”면서도 “한국과 일본을 가는 데 한국을 들렀다가면 왜 묶어서 가냐고 하고 일본을 가는데 한국을 가지 않는다고 하면 패싱했다고 얘기한다. 이래도 저래도 뭐라고 하는 것 아닌가”라고 답했다.

고 대변인은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문제로 불거진 이른바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해제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한한령이 공식적으로 선언된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분야에 대해서 뚫리지 않았던 부분들을 싹 묶어서 ‘한한령이다’라고 우리가 표현을 하고 있다”면서 “최소한 이번 한·중 정상상회담 분위기나 이후 발표 등을 보면 이전과 사뭇 달라졌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커창 총리와 실질적 협력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다.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라든지 한·중FTA에 대해서도 아주 강한 의지를 보이더라”라며 “또 리커창 총리가 ‘중국에 활발하게 투자하는 기업과 중국 기업은 동등하게 대우를 받을 거다’ ‘한국에 투자하고 싶다’ 같은 얘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4일 중국 쓰촨성 청두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전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고 대변인은 이날 방송에서 지난 24일 중국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회담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이견이 있어 팽팽한 긴장감도 있었지만 정말 허심탄회하게 서로 이야기를 듣고 얘기했다.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마지막 매듭을 찾아서 하나씩 풀어나가야 실이 풀린다”며 “만남 자체가 양국 간 관계를 개선하는 희망의 불씨가 되어줄 거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다만 진행자가 이 답변에 ‘국장급 대화 말고 별도 테이블이 개설될 여지가 있나’라고 묻자 고 대변인은 “확답을 드리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고 대변인은 문희상 국회의장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해법으로 내놓은 ‘1+1+α(알파)’안에 대해 “옳다 그르다 판단하는 말씀을 드리는 건 무리”라면서도 “피해자들의 동의와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유보 여부에 대해서는 “저희도 어느 정도 시기는 생각하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렵다”며 “언제든지 다시 되살아날 수도 있다”고 답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