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가 역대 최악에 빠졌지만 미래세대인 대학생 간 교류는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있다. 미래세대 간 서로에 대한 이해도를 넓히면 한·일 관계도 새시대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일 ‘한·일 기자 교류 프로그램’으로 일본 큐슈 후쿠오카를 방문한 한국 외교부 기자단과 만난 후카가와 히로시 큐슈대 한국연구센터 센터장은 “아시아태평양칼리지를 통해 일본의 젊은 친구가 한국에 방문,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건 (한·일 관계에) 정말 긍정적인 것”이라며 “지금은 기간이 조금 짧은 상황인데 (칼리지가) 끝난 후에도 한국과 인연이 이어질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큐슈대 한국연구센터가 운영 중인 아시아태평양칼리지 프로그램은 2014년 4월부터 시작된 대학생 교류 프로그램이다. 후쿠오카, 서울, 하와이에서 활동이 이뤄진다. 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공동 MT(Membership Training)는 한·일 대학생 간 교류를 활성화하고,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특히 한국 학생이 일본을 방문하면, 짝을 지어진 일본 학생이 2주간 함께 호텔에서 숙식하며 서로를 이해한다. 반대로 일본 학생이 한국을 찾으면, 한국 학생도 2주간 호텔에서 함께 숙식한다.
후카가와 센터장은 2주간 MT 외에도 아시아태평양프로그램의 내실을 다져, 미래세대인 한·일 대학생 간 교류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미래세대 간 상호 이해 증진은 향후 한·일 관계가 첨예한 갈등을 넘어, 동아시아 공동체에서 화합하며 획기적으로 발전된 관계를 여는데 자양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론과 한·일 경제관계를 연구하는 후카가와 센터장은 “나도 대학생 때 동아리 활동을 하다가 한국에 가게 돼 한국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한국 학생들과 역사 토론을 하다가 충격을 받았는데 우리 (아시아태평양칼리지 참여) 학생들도 그런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 일본 교과서애서 배우지 못한 역사를 배우고, 한국에서 일본 역사를 공부하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후카가와 센터장은 “한·일 양국 국민들이 서로 다르다는 걸 알게 되면 너그러운 마음으로 서로를 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서로 지금 너무 엄격하게 대하는데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큐슈대 한국연구센터는 1998년 김종필 국무총리의 방문 이후 한국 교육부의 지원으로 1999년 출범했다. 이후 성과를 인정받아 일본 문부과학성의 지원을 받기도 했으며, 현재 큐슈대에서 육성하고 있다. 큐슈대는 한반도와의 깊은 인연을 맺어온 큐슈지역의 특성을 반영, 한·일 관계 역사와 문화 연구 등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8년째 큐슈대 한국연구센터에 몸담고 있는 최경원 교수는 “(일본 내에서) 한국 왜이러냐 말씀하는 사람도 있다”며 “점점 한국에 대한 인식 나빠지는 건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과 지난 8월부터 지난달까지 이어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문제 등으로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일본 내에서 한국에 대한 인식도 좋지 않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에 관심을 가지고, 아시아태평양칼리지 프로그램에 참여한 일본 학생들은 한국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큐슈대 대학원에서 수학을 전공 중인 마쓰바라 카즈마(24)씨는 “우리 새대나 조금 더 어린 세대는 TV보다 인터넷이나 통해 한국을 접하면서 나쁜 이미지는 잘 모른다”며 “정치는 별개의 문제로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 주요 언론에서 한국을 비난하고, 자극적인 보도를 하고 있지만 20대층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것이다.
농학부에 재학 중인 모리타 다이키(21)씨는 ”사실 저는 아시아태평양칼리지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까지는 한국에 무서운 이미지가 있었다. TV에서 한국 분들이 일본에 대해 시위하고 있는 모습을 많이 보면서, 대부분 한국 사람들이 그렇다고 생각했다“며 ”아시아태평양칼리지 프로그램을 평가하면 많은 한국 대학생과 교류하는 기회가 생겼고, 말하는 언어는 다르지만 문화가 비슷하니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고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내년 2월 한국 고려대로 교환학생을 올 예정인 오쓰보 에리나(19)씨도 “아시아태평양칼리지에 참여하면서 한국을 더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상헌 기자, 후쿠오카=외교부 공동취재단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