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중대 위법’ vs. ‘정무적 판단’…조국 구속 가를 법원 선택은

입력 2019-12-26 01:00 수정 2019-12-26 04:25
유재수 감찰 결과, 청와대 내부에서 폐기 정황…특감반 실적 보고서에서 누락
청와대 특감반, 감찰 최종 보고서도 안 만들어..사실상 유재수 감찰 없던 일로 하려 해
법원, ‘중대 범죄’냐 ‘정무적 판단’이냐 26일 영장 심사 통해 1차 결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2019.10.24. 뉴시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2017년 말 청와대 감찰 조사 결과가 내부에서 사실상 없던 일처럼 ‘폐기’된 정황이 25일 확인됐다.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이라는 ‘핵심 요직’을 사퇴시킨 감찰 공적을 특별감찰반 실적 보고서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이다. 청와대 특감반은 감찰 최종보고서도 만들지 않았으며 감찰 자료 자체를 폐기해버렸다.

검찰은 감찰 자체를 없었던 일로 하려던 정황에 대한 진술과 문건 등 인적·물적 증거를 확보해 직권남용 혐의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청와대과 조 전 장관은 “정무적 판단이었다. 위법이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동부지법은 26일 오전 10시30분 시작되는 구속전 피의자심문 절차를 통해 ‘중대 위법’과 ‘정무적 판단’이라는 양측 입장에 대한 1차적 결론을 내리게 된다.

25일 전직 특감반원 등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최근 청와대에 근무했던 특감반원들을 광범위하게 조사해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 결과를 청와대가 아예 없었던 일로 만들려던 정황을 포착했다. 청와대 특감반은 2017년 말 유 전 부시장에 대한 비위 첩보를 입수해 감찰에 착수했다. 유 전 부시장은 당시 핵심 요직이었단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이었고 따라서 감찰 또한 강도 높게 진행됐다. 특감반은 유 전 부시장의 휴대폰을 제출 받아 포렌식을 했고 면담 조사도 했다. 유 전 부시장은 당시 일부 비위 사실을 시인했다고 한다.

그런데 순탄하게 진행되던 감찰이 돌연 중단됐다. 검찰은 감찰이 석연치 않게 중단된 과정을 상세히 파악했다. 그 과정에서 유 전 부시장의 ‘로비’와 이에 따른 백원우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감찰 무마 제안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김경수 경남지사도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청와대 특감반이 파악했던 비위 사실은 그 자체로 ‘구속 사안’이었다고 한다. 감찰에 참여했던 특감반원들은 검찰에서 “비위 정황이 가볍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 13일 유 전 부시장을 구속 기소하며 “중대 비리 혐의 중 상당 부분은 청와대 특감반 감찰 과정에서 이미 확인되었거나 확인이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조 전 장관도 최근 검찰 조사에서 “당시 감찰 내용이 심각한 비위였던 것은 맞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장관은 지난해 말 국회 운영위 회의에 출석해 “(유 전 부시장에 대한) 비위첩보가 접수돼 조사한 결과 근거가 약했다”고 말했다. 거짓 증언을 한 셈이다.

금융위원회 재직 당시 업체들로부터 뇌물 등을 받고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을 받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27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19.11.27. 뉴시스

조 전 장관은 당시 사표를 받는 선에서 감찰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막힘없이 진행되던 감찰이 벽에 부딪힌 것이다. 이 급격한 ‘태세 전환’의 배경에는 정권 실세들의 직·간접적 압력이 있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감찰이 중단된 뒤 백원우 민정비서관은 당시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에게 전화로 결정 내용을 비공식 통보했다. 자세한 비위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유 전 부시장은 사표 제출을 거부하고 해외 파견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도 유 전 부시장은 정권 실세들에게 ‘로비’를 했다고 한다. 결국 금융위는 국회 정무위 수석전문위원으로 유 전 부시장을 추천하는 식으로 상황을 정리했으며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를 명예퇴직하고 국회의 차관보급 자리로 ‘영전’했다. 당시 김용범 부위원장은 백원우 비서관에게 이를 보고했고 백 비서관은 이같은 결정을 ‘허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일 감찰 결과가 수사기관에 통보되고 유 전 부시장 수사가 이뤄졌다면 명예퇴직은 불가능했다. 한 고위공직자 출신 인사는 “고위 공직자에게 명예퇴직은 상당히 중요하다”며 “상당 액수의 연금이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검찰이 주목한 부분은 또 있다. 감찰이 중단된 뒤 청와대가 유 전 부시장 감찰을 사실상 없던 일로 하려던 정황을 포착한 것이다. 통상 감찰이 이뤄지면 최종 결과보고서가 작성되며 그 결과는 다음해 초 작성되는 특감반 실적 보고서에 등재된다. 특감반원은 감찰과 수사 이첩 등 실적으로 업무 역량을 판단받기 때문에 실적 보고를 정리하는 일은 상당히 중요하다. 하지만 검찰은 최근 유 전 부시장 감찰 건에 대한 최종 결과보고서가 존재하지 않고 실적 보고서에도 이 내용이 누락된 사실을 확인했다. 한 사정당국 관계자는 “특감반 업무는 첩보 신빙성이 중요하다”며 “금융위 실세 국장을 날릴 첩보를 보고하고 감찰까지 한 거라면 상당한 실적인데 보고서도 없고 실적에도 누락했다는 건 의도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적 보고서에 그 내용이 없다는 것은 감찰 폐기의 고의성을 입증할 중요한 정황 증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같은 정황을 토대로 사실상 청와대가 유 전 부시장 감찰 사실 자체를 은폐하고 폐기하려 했다고 본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김태우 전 수사관의 폭로가 아니었다면 다 폐기돼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을 일”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실제 유 전 부시장 감찰 중단 이후 해당 감찰 자료를 없앤 것으로 전해졌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조 전 장관은 이 모든 과정에 대해 “최종적으로 내가 정무적 판단을 내린 것이고 위법은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그는 국회에서 거짓 진술을 한 데 대해서도 ‘정치적 공세에 대한 정무적 대응’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또한 당시 조 전 장관이 위법 행위를 한 게 아니라 정무적 판단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판단은 정반대다. 검찰은 심각한 비위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수사 기관에 이첩하지 않은 것, 감찰을 없던 일로 하려던 것은 중대한 위법이라고 본다. 검찰은 이같은 직권남용 범죄가 이뤄진 배경에 대해서도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 전 장관이 잘 진행되던 감찰을 돌연 중단한 것은 정권 ‘실세’들의 직간접적 로비 때문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도 이에 대한 추가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봐서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