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3사가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했던 ‘완전무제한요금제’가 내년에도 사용자들에게 제공될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를 무한정 제공하는 이들 요금제는 높은 가격임에도 5G 상용화와 함께 가입자 대다수가 가입하는 등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자유로운 데이터 사용 문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다만 가격대가 높아 소비자 부담이 우려되는 만큼 정부는 알뜰폰 시장에서의 5G 활성화를 통해 통신비 인하 정책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은 이달 안에 8만원대 이상의 5G 요금제에 적용된 2년간 데이터 무제한 제공 프로모션을 내년까지 연장 혹은 정규화하도록 이용약관 신고를 마칠 예정이다. 프로모션이 연장되면 내년 5G 신규 가입자도 기존 가입자와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5G 요금제 가운데 가입자 수가 가장 많은 ‘5GX프라임’ 요금제가 9만5000원에서 8만9000원으로 6000원 저렴해지고 데이터는 기본 200GB에서 무제한으로 늘어난다. LG유플러스 가입자들도 속도 저감 없는 데이터 무제한 사용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앞서 두 이통사는 지난 6월까지였던 프로모션 기간을 연말까지로 늘렸다. 이들은 당초 기존 LTE 요금제와 비슷하게 일정 데이터 기본제공량 소진 후 속도제한형 요금제를 내놓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KT가 4월 데이터완전무제한 요금제를 정식 출시하면서 두 회사도 프로모션성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로 맞섰다.
이번에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프로모션을 재연장하거나 정규 요금제로 변경을 통해 경쟁을 이어나간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사가 5G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유지하는 한 그에 대응하는 차원의 요금제를 없앨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5G 시장에서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는 이미 ‘대세’로 굳어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으로 5G 가입자 대다수인 79%가 무제한 요금제를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TE 당시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 비율이 30% 수준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5G에서의 가입률은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무제한 요금제 출시로 소비자는 데이터 사용에 부담을 갖지 않고 고용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대신 고가의 요금은 소비자에게 여전한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이통업계는 무제한 요금제의 보급으로 수익개선에 성공할 수 있었다. 2017년 선택약정할인율 상향 이후 하락세였던 가입자당평균매출액(ARPU)을 반등시키는 데도 성공했다.
정부는 이통사에 5G 중저가 요금제 출시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통사가 5G 설비 투자비용 등을 이유로 중저가 요금제 출시를 미루자 알뜰폰 시장의 5G 활성화 정책으로 통신비 인하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분위기다. 알뜰폰 업체가 5G 중저가 요금제를 통해 가입자를 다수 유치할 경우 시장 논리에 따라 이통사들의 5G 중저가 요금제 조기 출시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포석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13일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를 승인하면서 조건에 망 도매대가 인하, 유무선 결합상품 동등 제공 등을 내걸었다. 인가 조건이 LG유플러스에게 부과된 정책이지만 다른 이통사들 역시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봤다.
이후 실제로 KT의 자회사 KT엠모바일의 5G 요금제가 출시됐고, 보안업체 에스원의 알뜰폰 브랜드 ‘안심모바일’도 KT망을 이용한 5G 요금제를 출시했다. SKT 알뜰폰 자회사 SK텔링크 역시 5G 요금제 출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KB국민은행의 알뜰폰 브랜드 ‘리브M’이 LG유플러스 5G망으로 지난달부터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 업계의 5G 요금제는 이통사 대비 낮은 가격에 같은 속도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시장 구조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이통 3사의 중저가형 요금제 출시 전까지 통신비에 부담을 느끼는 고객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