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IS 공포 커지는데…또 철군 검토하는 트럼프 행정부

입력 2019-12-25 17:01
말리 군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시리아 북부 미군 철수에 이어 서부 아프리카에 주둔한 병력을 빼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에 이익이 될 게 없다는 명분으로 전세계에 배치된 미 병력을 축소하려는 트럼프 행정부 계획의 일환이다. 서아프리카가 이슬람국가(IS) 등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가 새로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지역이라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서아프리카에 주둔한 미군 병력의 감축이나 완전 철군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아프리카 전역엔 7000여명의 미군이 배치돼 있다. 서아프리카 미군 개편 논의에는 1억1100만달러(약 1292억원)를 투입해 최근 구축한 니제르의 드론(무인항공기) 기지 포기와 말리·부르키나파소·니제르 등지에서 테러 단체와 싸우고 있는 프랑스군에 대한 지원 중단 게획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검토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이슬람 테러 세력과의 전쟁에 집중됐던 미군의 대외 전략을 전면 수정하는 일의 일환이다. 대외 전략의 우선순위를 중국과 러시아 등 이른바 ‘열강’에 맞서는 방향으로 돌린다는 것이 미 국방부의 입장이다. 국방부는 서아프리카 병력 배치의 이유였던 나이지리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보코하람 등이 여전히 미국에 위협이 되는지에 의문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해당 지역이 알카에다와 IS를 비롯해 극단주의 테러단체들이 세력을 확대하고 있는 곳으로 손꼽힌다는 점이다. 미군 정보기관에 따르면 현재 서아프리카에 주둔하고 있는 극단주의 무장단체의 병력은 1만1000명이 넘는다. 지난해 아프리카에서 무장단체의 테러 공격으로 93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절반가량은 서아프리카에서 나왔다. 특히 말리의 경우 알카에다와 연계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지난 2012년 북부를 장악한 뒤 잦은 테러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9월에는 부르키나파소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말리 군 기지에서 테러가 발생해 군인 38명이 숨지기도 했다. 해당 지역 전문가들은 빈곤, 인종적 차이에 기반한 착취, 문제를 방치하는 정부의 행태가 IS 등 무장세력의 창궐을 추동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구체적인 미군 감축 규모나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급격한 병력 감축이 자칫 미국의 영향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아프리카 주둔 전체 미군 숫자를 줄이기보다는 서아프리카 병력을 통합하는 방식이 취해질 수도 있다. NYT는 이와 관련해 내년 1월쯤 구체적인 방식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