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금융정보 활용’ 불법 논란에 한차례 연기
‘필리버스터 정국’에 국회 계류 주택법 개정안 발목
내년 2월 청약예정 아파트 8만4400채 대혼란 우려
올해 봄 정보공유 갈등으로 좌초 위기에 처했던 주택 청약시스템 이관 작업이 또 멈춰섰다. 국회가 선거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정국’에 돌입하면서 청약시스템 이관에 반드시 필요한 주택법 개정 작업이 발목 잡혔다. 법안 통과가 이뤄지지 않으면 당장 내년 2월부터 주택청약 업무가 전면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다음 달 말까지 민간 비영리 금융기관인 금융결제원이 운영하던 주택청약 시스템을 공공기관인 한국감정원으로 이관할 계획이라고 25일 밝혔다. 지난해 내놓은 9·13 부동산대책 후속 조치로 사전검증을 강화한 새로운 청약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서다. 신규 시스템에서는 청약자 본인 및 가구 구성원의 주택 소유 여부, 소유 주택의 공시가격 열람, 무주택 기간 산정 등 관련 정보를 한 번에 조회할 수 있다.
당초 국토부와 감정원은 올해 10월 1일부터 신규 청약시스템을 운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관 작업은 ‘내년 2월부터’로 연기됐다. 청약 시스템 운영에 필요한 개인·금융정보를 금융결제원에서 감정원으로 옮기는 작업이 현행법 상 불법이기 때문이다(국민일보 2019년 4월 29일자 16면 기사 참조). 이에 국토부는 주택법을 개정해 불법 논란을 해소한다며 청약 시스템 이관 완료 시점을 미뤘다. 주택법 개정안에는 주택청약 업무를 감정원이 수행토록 명시했다. 금융실명제법으로 보호되는 청약통장 가입자의 금융정보를 비금융기관인 감정원이 은행들로부터 받을 수 있도록 개인정보 취급 자격도 부여했다. 국토부는 올해 8월쯤 법안이 통과되면 내년 2월까지 무난하게 준비 작업을 끝낼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주택법 개정안은 아직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본회의 상정이 늦어진 데다 ‘필리버스터 정국’에 들어가면서 20대 국회 임기 안에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그렇다고 더 연기할 수도 없다. 금융결제원이 내년 1월부터 신규 아파트 청약 업무를 중단한다는 공지가 이미 대대적으로 나갔다. 금융결제원은 내년 1월 17일부터 당첨내역·경쟁률 조회를 제외한 청약 접수, 입주자 선정, 부적격 관리 등의 업무를 종료한다. 이어 같은 달 31일에는 주택청약 업무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는 방침이다.
법이 통과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결제원이 청약 업무를 중단하면, 내년 2월부터 청약이 마비될 수 있다. 시장에서도 대혼란을 우려한다. 당장 내년 2월부터 분양에 들어갈 예정이었던 건설사에 비상이 걸렸다. 내년 2~3월 청약에 들어갈 아파트만 전국 119개 단지, 8만4400가구에 달한다.
관리처분계획 인가 단지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기 위해 내년 4월 말까지 입주자 모집공고를 마쳐야 하는데, 청약 일정을 짜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토부는 “아무리 늦어도 다음 달 초에는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내년 2월 1일로 예정된 신규 청약시스템을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