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크리스마스’에서 1년 만에 ‘산타랠리’로… 미 증시 내년엔?

입력 2019-12-25 16:20 수정 2019-12-25 16:32

1년 전인 2018년 12월 2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블랙 크리스마스’ 공포에 빠져 있었다.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가 증시를 강타하며 다우산업지수는 2.91%나 폭락했다. 미국 언론들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다우지수가 이렇게 떨어지기는 133년 역사상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2.71%)와 나스닥지수(-2.21%)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미국 연방정부가 셧다운(일시적 업무중지)에 돌입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해임할 수 있다고 위협하면서 투자심리는 꽁꽁 얼어붙었다.

그로부터 1년 뒤, 미국 증시는 시장의 불안을 뒤로 하고 30% 안팎의 가파른 랠리를 연출했다. 지난 24일(현지 시간) 미국 3대 지수는 -0.20~0.21% 수준의 혼조세로 ‘숨고르기 장세’를 보였다. 다만 다우지수와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는 전날까지 3거래일 연속으로 올랐고, 나스닥 지수는 9거래일째 사상 최고치 행진을 했다. ‘최악의 크리스마스 이브’였던 지난해와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증시에 더 이상 악재가 없다는 낙관론 속에 2020년에도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높다.

올해 미국 증시의 산타랠리를 연출한 원동력은 1년 전과 정반대 행보를 보인 트럼프 대통령이다. 지난 13일(현지 시간) 미·중 무역협상이 1단계 합의에 이르면서 휴전 국면에 들어서자 투자심리에는 탄력이 붙었다. 여기에 연준이 연내 3차례에 걸쳐 ‘보험’ 성격의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이른바 ‘R(Recession·침체)의 공포’도 잦아들었다.

증시 상승과 더불어 안전자산 가격이 함께 오르는 드문 현상도 나타났다. 올해 금, 선진국 채권 등 안전자산의 수익률은 연초 대비 모두 올랐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의 금리는 지난 1월 2일 2.633%에서 지난 24일 기준 1.903%로 73bp(1bp=0.01%p) 하락했다(채권 가격 상승). 뉴욕상품거래소(COMEX) 종가 기준으로 2월물 금 선물가격은 1온스당 1504.4달러를 찍으며 연초 대비 14.4% 뛰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S&P500지수와 10년 만기 국채, 금 등이 모두 초강세를 보인 것은 1984년 이후로 처음”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거품 경고’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금융시장 일각에선 미국 증시의 가파른 상승세가 멈추고 거품이 꺼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올해에만 S&P500지수가 28.4% 오르면서 2013년 이후 6년 만에 최고 수익률을 기록한 상황에서 2020년에도 이런 상승 흐름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반면 내년에도 미국 증시가 견고한 성장세를 보인다는 낙관론도 여전하다. S&P500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지난 23일 기준 18.18배 수준으로 2017년 연말(18.43배)보다 되레 낮다. WSJ은 “2년간 S&P500지수 사이클을 비교할 때 주가 흐름이 기업 실적과 어긋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11월 미국 대선이 열리기 때문에 부양책 기대감이 여전히 높다”며 “다만 중앙은행이 긴축으로 전환하거나 장기 금리가 급등할 때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