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먹는샘물 판매 1위 ‘제주삼다수’ 생산 기업, 제주도개발공사 노조가 27일 사상 첫 총파업에 돌입한다. 노조는 당초 근로처우 개선을 위한 단체협약 체결을 목표로 내세웠으나 지난 23일 지방노동위원회 조정회의 이후 ‘경영진 퇴진’으로 궐기 목표를 바꿔 달았다.
25일 제주도개발공사 노조에 따르면 노사는 지난 7~9월 열아홉차례의 교섭을 통해 단체협약 안을 도출하는데 성공했다.
최종 수렴 안에는 야간 근로수당 확대, 근속 승진제 도입, 인사위원회 노조 추천권 확대 등 앞서 두달간 양 측이 주장과 양보를 반복하며 합의한 내용이 담겼다. 노사는 10월 10일, 노조 출범 후 첫 단체협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그런데 회사 경영진이 이후 4차례 노조 측에 체결 연기를 통보했다. 노조는 제주지방노동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했고, 지난 23일 노사 양측이 참석한 가운데 조정회의가 시작됐으나 2시간 만에 종료됐다. 이날 회의는 당초 오후 4시부터 자정까지 열릴 예정이었다.
노조 측은 “개발공사 사장이 총괄이사에 교섭 위임권을 주어 실무교섭을 진행하도록 하고는 단체협상안이 만들어지자 자신이 참석하지 않은 자리에서 이뤄진 일이라고 모르쇠 입장을 보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어 “지난 조정회의에서 (단체협약 체결 의지가 없는)사측의 입장을 명확히 확인했다”며 “경영진 교체 없이는 노조원들이 바라는 단체협약 체결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파업 목표를 ‘협약 체결’에서 ‘경영진 퇴진’으로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1일 조합원 605명 중 584명이 참여한 노동쟁의행위 찬반 투표에서는 97.3%(568표)가 찬성했다. 개발공사 노조는 27일부터 전격 총파업에 들어간다.
개발공사 핵심 관계자는 2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실무진 차원에서 노사간 합의가 있었긴 하다”면서도 “자세한 사항은 조만간 회사 차원에서 발표할 입장문을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제주도개발공사는 1995년 설립 후 1998년 2월부터 ‘제주 삼다수’ 생산을 시작했다. 그동안 무 노조 경영을 유지해왔으나 지난 해 10월 삼다수 공장 근로자가 작업 중 기계에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지난 2월 노조가 공식 출범했다. 25일 현재 조합원은 615명으로 생산직이 370명, 일반직이 245명이다. 제주도개발공사의 전체 직원 수는 755명이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