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유시민 계좌 왜 보나…” 유시민 ‘추측’ 그대로 옮긴 與대변인

입력 2019-12-25 15:43 수정 2019-12-25 16:01
홍익표, “검찰이 유시민 계좌 왜 보느냐” 전날 유시민 방송 내용 본회의서 반복
유시민, 전날 방송서 “나와 내 아내 계좌도 봤을 수 있다” 추측에 불과
검찰, 유시민 방송 즉시 “계좌 본적 없다”고 공식 발표...홍익표, 검찰 반박도 확인 안 한 듯 “본지 안 본 건지 검찰은 공식적으로 이야기하라”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이 사흘째 이어진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이 무제한 토론을 시작하고 있다. 2019.12.25 zjin@yna.co.kr/2019-12-25 08:13:04/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관련해 고소·고발을 당한 것은 경제범죄가 아닌데 왜 (검찰이) 계좌를 보느냐”고 말했다. 전날 유 이사장이 ‘검찰이 노무현재단 은행 계좌를 들여다봤고 나와 내 아내 것도 봤을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을 기정사실처럼 발언한 것이다. 검찰은 유 이사장 주장 직후 “계좌를 본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여당 대변인이 유 이사장의 주장을 토대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셈이다.

홍 의원은 이날 본회의장에서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찬성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했다. 그는 그 과정에서 유 이사장이 전날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한 발언을 언급했다. 홍 의원은 “(검찰이 노무현재단) 통장을 진짜 안 본 건지 공식적으로 이야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어제 직접 유 이사장과 통화를 했다”며 “유 이사장이 검찰이 계좌를 살펴본 것에 대해 나름대로 꽤 근거를 갖고 있다”고 했다.

홍 의원은 “검찰은 혹시 노무현재단에 고액 후원을 한 사람이 있다면 ‘재단을 통해 공직 자리를 받으려 했다’는 내용으로 또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고 싶은 것 같다”며 “이런 게 검찰권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제가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반대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검찰은 지금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겠다고 하면서 이 사람 저 사람 물어뜯고 먼지털기식 수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의원의 발언은 유 이사장의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동시에 근거 없는 의혹 제기를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전날 노무현재단 등 유 이사장 관련 계좌를 추적하지 않았다고 공식 발표했다. 홍 의원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검찰에 대한 근거 없는 의혹제기 자체가 수사 외압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변호사는 “유 이사장이 방송에서 검찰을 공격하는 근거 없는 ‘썰’을 풀면 다음날 바로 민주당이 이를 그대로 받아 확대 재생산하는 방식이 이어지고 있다”며 “유 이사장의 발언들이 사실이 아니었던 적이 대부분이라 이미 법조계에서는 유 이사장 발언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전날 검찰이 계좌를 보지 않았다고 밝히지 않았느냐”며 “대변인이 기사도 안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유시민의 '알릴레오' 캡처

유 이사장은 전날 유튜브 방송에서 “어느 경로로 확인했는지 지금으로서는 밝히지 않겠지만, 노무현재단 주거래은행 계좌를 검찰이 들여다본 사실을 확인했다”며 “그는 "제 개인 계좌, 제 아내 계좌도 들여다봤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했다. 명확한 근거를 밝히지 않으면서 ‘확인했다’고 발언한데다 그 이후부터는 추측에 불과하다. 유 이사장은 “(유튜브 방송인) 알릴레오 때문에 내 뒷조사를 한 게 아닌가 싶다”며 “알릴레오와 미디어 몇 곳에서 조국 전 장관 수사 관련 검찰 행위에 대해 비평을 해왔는데, 저와 재단 말고도 다른 주체들에 대해 뒷조사를 했다는 말도 있다”고 했다. 이 발언 또한 추측이며 유 이사장은 현재 검찰의 공식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즉각 공개적으로 유 이사장 방송 내용을 부인했다. 검찰은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노무현재단, 유시민, 그 가족의 범죄에 대한 계좌 추적을 한 사실이 없다”며 “법 집행기관에 대한 근거 없는 악의적 허위 주장을 이제는 중단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여당의 수석대변인이 여권에 소속된 유튜브 방송인의 주장을 여과 없이 반복하는데 대한 우려의 시선이 많다. 여당이 ‘가짜뉴스’의 진원지가 됐다는 것이다. 유 이사장은 허위사실 유포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자신의 발언을 이후 방송에서 번복하는 등 허위사실 유포를 자인한 사례도 적지 않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유 이사장은 허위사실 유포로 기소될 가능성이 있는 인물”이라며 “여당 대변인이 객관적 검증조차 하지 않고 이런 사람의 말을 그대로 옮기는 것을 보니 씁쓸하다”고 말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