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당 필리버스터는 추태” 민주당 토론하지 말라는 한국당

입력 2019-12-25 14:22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왼쪽)의 선거법 개정 무제한 토론 도중 발언 자료를 화면에 띄워줄 것을 주승용 국회부의장과 국회 직원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 범여권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참여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안에 찬성하는 다수당이 소수당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필리버스터는 성탄절인 25일 자정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당은 애초 필리버스터의 취지가 ‘다수당이 수적 우세를 이용해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막기 위한 소수당의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인데, 다수당이 필리버스터에 참여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필리버스터에 나선 정유섭 한국당 의원은 “속기록을 찾아보니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될 때 ‘소수당이 다수당의 일방통행을 저지하는 것’이라는 언급이 있었다. 의장이 찬성하는 다수당에 필리버스터 허용하는 게 맞는가. 국회법 위반이다”라고 말했다.

2016년 2월 민주당이 테러방지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진행했을 때는 여당이자 다수당이었던 새누리당이 토론에 참여하지 않았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012년 5월 발간한 보고서에는 “필리버스터를 허용하면 소수당에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의 수단을 제공함으로써 입법 참여를 독려할 수 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기도 하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민주당 의원이 한두 명 나온 것도 아니고 한국당이 신청한 필리버스터에 매번 나와서 의사 진행을 방해하고 있다. 이는 금도를 넘어선 것”이라며 “꼴불견 민주당은 부끄러운 줄 알라”고 비판했다. 성일종 원내대변인도 논평에서 “필리버스터는 소수의 권리이고 약자의 합법적인 저항이다. 다수의 횡포와 강자의 갑질에 이용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원내 제1당이자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필리버스터에 끼어드는 모습은 추태다. 지금 민주당은 민주주의를 처참히 짓밟고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의원은 한국당 주호영·권성동·전희경·박대출·정유섭, 민주당 김종민·최인호·기동민·홍익표·강병원, 바른미래당 지상욱, 정의당 이정미 의원 등이다. 이번 임시국회 회기는 25일 자정으로 종료되며, 필리버스터도 국회법에 따라 자동으로 종결된다. 새 임시국회가 26일로 소집된 데 따라 이날 공직선거법 개정안 표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