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가해자가 피해자를 골려주려고 닭강정 33만원어치를 시켰다’는 사연이 크리스마스에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이 주문을 받은 가게의 주인이 피해자의 상황을 전해 듣고 안타까운 마음에 공개한 일인데, 많은 이들이 분노하고 있다.
25일 경기 분당의 한 닭강정 가게에 따르면 전날 30인분에 달하는 닭강정을 한 가정집으로 배달하라는 주문이 들어왔다. 평소와 달라 주문자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했지만 상대는 “주문한 게 맞다”고 얘기했다. 오히려 가게에 다시 전화를 걸어와 “오늘 여러 명이 모여서 먹을 거라 30만원에 맞춰 더 주문하고 싶다”고 했다. 크리스마스이브였기에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배달 가서 만난 여성은 “우리가 시키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아드님, OO씨가 시켰다고 해주세요’라고 적힌 배달 주문서를 보고 나서 표정이 어두워졌다. 여성은 “아들이 지금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데 가해자 아이들이 장난 주문을 한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는 가게에 피해를 줄 수는 없다면서 배달된 모든 값을 지불했다. 그러나 닭강정을 전부 먹을 수 없으니 일부만 주고 다시 가져가 달라고 부탁했다.
가게 주인은 무거운 마음에 이런 일을 평소 활동하는 커뮤니티 ‘클리앙’에 공개했다. 피해자 어머니가 계산을 했지만 받지 않은 닭강정을 그냥 드리겠다는 글이었다. 그리고 피해자를 돕고 싶다며 방법을 고민해달라고 부탁했다.
이후 여러 사람들의 조언에 따라 피해자 어머니가 결제한 카드 금액을 강제 취소했고, 주문을 한 이를 영업방해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결심했다.
이 글은 여러 커뮤니티에 퍼졌다. 많은 이들이 그냥 지나치지 않은 주인의 행동에 감사함을 표현했다. 그는 “이후 피해자의 어머니와 통화한 끝에 피해자가 스무 살이며, 가해자 역시 21세, 24세 등으로 미성년자가 아니다”며 “고등학교 때 알게 돼서 지금까지 괴롭히고 있다고 한다”는 피해자 측 이야기를 전했다. 피해자 명의의 휴대전화를 개통해 수백만원을 갈취한 일도 있었다면서 이를 신고하려 하자 보복하려고 이런 일을 벌인 것 같다고 피해자 측은 추측했다.
주인은 “가게에 해코지를 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도 많은데 그것보다 더 많은 사람이 알게 돼 가해 학생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